<시리즈> 98 가전산업 품목별 기상도 (10·끝);소형생활용품

올해 소형 생활용품분야는 가전3사가 주력제품으로 삼고 수출을 병행하고 있는 진공청소기 이외에는 대다수 제품에 대해 수익성 악화를 들어 철수할 움직임인데다 이를 생산, OEM 납품하던 중소업체들은 극심한 매출부진과 자금난을 겪으면서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보여 사상 최대의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소 가전업체들은 생존 차원에서 집중할 주력품목을 정하고 자가 브랜드로 유통망을 개척하며 수출에도 직접 나설 예정이지만 경제상황이 워낙 나쁜데다 기업의 영세성과 브랜드 취약성, 경험부족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연간 1조2천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국내 소형 생활용품시장은 진공청소기, 다리미, 인버터스탠드 등 일반 생활제품군과 헤어드라이어, 전기면도기 등 이미용 제품군, 선풍기, 전기히터, 로터리히터 등 계절상품군으로 대별된다. 올해는 생산량에서부터 급격히 감소, 전체 시장규모가 20∼30% 이상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이 중 가장 큰 규모인 진공청소기의 경우 가전3사가 집중적인 기술개발과 투자를 진행하면서 내수와 수출을 병행해 93년 이후 연간 10% 이상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지난해 경기침체 여파로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96년보다 10∼15% 줄어든 1백만대 수준에 머물렀다. 또 올해도 소비심리 위축으로 실판매보다는 대기수요가 늘어나 비슷한 폭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이 분야 수출시장에선 지난해 삼성전자가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 LG전자, 대우전자와 함께 약 1억7천만달러 가량의 수출실적을 거둔 것으로 집계되며 올해는 가전3사가 사활을 걸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설 예정이어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출방식도 기존 물량 밀어내기식보다는 제값 받기, 품질 높이기, 지속적으로 연계가 가능한 거래처 확보 등 수출의 질을 강화할 방침이지만 당분간 국내 경제위기 때문에 자가 브랜드 이외에 OEM방식의 수출도 병행할 계획이다.

다리미, 인버터스탠드 등은 가전 대기업의 역할이 대폭 줄어들면서 코발트전기공업, 국제전열공업, 삼정인버터, 삼광조명 등 중소업체들이 재래시장, 양판점, 대리점 등 유통망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지만 수요는 지난해보다 20∼30% 가량 줄어들어 다리미의 경우 연간 1백40만대 3백50억원 이하로 축소될 전망이다.

헤어드라이어, 전기면도기 등 이미용 제품군은 유닉스전자, 우림전자, 성진전자같은 전문업체들이 「이온 헤어드라이어」 「LCD 장착 전기면도기」 등 외산에 대응할 고급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확대에 앞장서고 있지만 올해는 경기침체로 지난해 헤어드라이어 1백70만대 2백40억원, 전기면도기 1백80만대 3백20억원보다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필립스, 브라운, 내셔널 등 외산제품도 환율급등에 따라 이미 소비자가를 15% 이상 올린 상태라 이로 인해 수요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선풍기, 히터류의 계절용품군은 가전3사가 주문량을 대폭 축소하고 있는데다 에어컨 및 중앙난방이 보급되면서 시장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선풍기는 지난해 날씨의 영향과 에어컨 보급의 확대로 96년보다 15% 가량 줄어든 3백10만대 정도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으며, 올해도 가전3사의 주문량 감소로 일부 업체의 생산축소 및 생산중단이 벌어지면서 전체 30% 이상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난방용품은 중앙난방의 보급확대로 가정용 팬히터의 수요는 감소하고 업소나 사무실에서 주로 사용하는 로터리히터나 온풍기의 수요가 늘고 있으며 특히 가습기가 계절용품에서 연간제품으로 변화하면서 시장규모가 70만대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제품도 지난 연말부터 계속된 난방유 가격급등과 경기침체여파를 벗어나기는 어려워 올해는 20% 이상 감소한 8천억원 수준에도 못미칠 전망이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