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민 마이크로소프트 사장(46)은 최근 한국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찾고 있다. 김 사장은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국내 산업발전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일부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 한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인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김 사장이 우선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소프트웨어 유통기능을 되살리는 문제다. 그는 『아프로만,큐닉스컴퓨터 등의 연쇄도산으로 국내 소프트웨어 유통기능이 거의 와해된 상태다』며 『소프트웨어 유통 활성화를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소프트웨어유통업체는 어느 분야보다 경영구조가 건실해야 하고 특히 자금면에서 탄탄해야 하기 때문에 유통기능이 건강하도록 기본 틀을 짜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MS가 유통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면 많은 업체들이 동참할 것』이라고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김재민사장의 새해 각오를 들어봤다.
<대담 조인 컴퓨터산업부장>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진입한 지난해 말 이후 국내 정보기술(IT)분야의 환경변화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IT산업을 이끌었던 핵심 분야는 네트워킹과 인터넷이었습니다. 기업들은 모든 컴퓨터자원을 하나로 연결하는 일에 초점을 맞춰 왔고 이런 추세가 IT산업의 성장을 주도해 왔습니다. 인터넷은 네트워킹의 개념을 전세계로 확대한 것으로 그 열기는 이제 「유행」에서 「실용」으로 자리잡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올해도 같은 맥락에서 발전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나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IMF한파가 IT산업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상반기 윈도98` 출시 경제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진 상황에서 IT산업도 어쩔 수 없는 성장둔화를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TCO(Total Cost of Ownership)에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컴퓨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구입, 기술지원, 교육, 유지보수 등에 드는 전체비용을 뜻하는 TCO를 최대한 절감함으로써 IT자원을 활용해 더욱 높은 생산성을 얻으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MS의 지난해 실적과 올해 계획은.
▲지난 97년 하반기는 매출이 비록 11월과 12월에 차질을 빚었지만 계획대로 달성한 편입니다. 하지만 올 상반기는 매우 불투명해 새로운 수정계획을 수립중에 있습니다. 제품이나 시장 측면에서 보면 엔터프라이즈(기업)시장의 매출비중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엔터프라이즈시장에 중점을 둔 결과 단기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올해는 전반적인 경제활동의 위축이 예상되며 정보통신업계 또한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특히 기업시장은 투자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최소비용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컴퓨터 활용욕구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최근들어 많이 거론되는 TCO 절감노력과 전사적자원관리(ERP)구축 움직임이 바로 이런 예입니다. 따라서 MS의 윈도환경이 이런 사회적 요구에 적합한 해답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신제품으로는 올 상반기에 인터넷과 완전한 통합을 이룬 윈도98 영문버전이 출시되고 중소기업용 오피스97과 한글프로젝트 등 다양한 제품이 선보이며 하반기에는 네트워크용 운용체계인 윈도NT5.0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올 상반기의 수정 경영계획의 주요 내용으로는 어떤 게 있습니까.
▲지난해 말부터 국내 경제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급격히 변화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MS가 지향하는 방향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올해에는 경제상황으로 인해 MS의 고객들도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따라서 고객우선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다양한 제품의 한글화, 컨설팅을 비롯한 기술지원 확대에 중점을 둘 예정입니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엔터프라이즈시장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엔터프라이즈시장 공략은 MS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전략으로 알고 있습니다. 향후 엔터프라이즈사업전략을 구체적으로 말해 주십시오.
▲앞에서도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MS는 세계 소프트웨어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로 일반 사용자층을 위한 제품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용자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보급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MS의 엔터프라이즈전략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업무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우선 윈도NT와 백오피스 제품군을 중심으로 윈도기반 제품간의 1백% 호환성을 기본으로 합니다.
두번째로 지난해 삼성SDS와의 제휴와 같이 국내 주요 시스템통합(SI)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상황에 적합한 솔루션 및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고객이 MS가 지원하는 제품과 기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지원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MS는 컨설팅 부서를 확대개편함으로써 기존의 유닉스, 메인프레임 환경과 이들이 혼재된 환경에서도 윈도NT가 최대한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술지원부서와 프리세일즈(Pre-sales)팀을 통해 특정 사이트에 적합한 기술지원을 신속히 제공할 것입니다.
-컴퓨터사용자들의 올해 최대관심은 윈도98입니다. 윈도98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향후 윈도시리즈가 NT로 통합된다는데 이의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입니까.
▲윈도98은 기존 윈도95 사용자들의 만족을 높여주는 제품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인터넷과 OS의 통합으로 진정한 웹활용 시대를 열 것입니다. 또한 다양한 하드웨어 관련기술들을 개발함으로써 하드웨어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컴퓨터환경을 발전시킬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윈도98의 온나우 기능을 통해 TV나 비디오기기처럼 전원을 켜면 바로 작동돼 보다 쉽게 컴퓨터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윈도NT와의 기능통합으로 상호간의 호환성을 더욱 높였습니다. 윈도98과 올해 말에 선보일 NT워크스테이션5.0은 많은 기능을 공유하게 될 것입니다. 윈도98과 NT 워크스테이션5.0 이후의 버전은 주요기술을 NT기반으로 가져갈 것이며 두 제품은 사용자의 용도에 따라 일반 사용자용과 기업 사용자용으로 구분될 것입니다.
기술지원은 신속하게 -MS가 지향하는 목표가 전자상거래라고 하는데 이를 위한 전략은 무엇이며 한국내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요.
▲전자상거래는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상거래함으로써 기존의 상거래시스템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또 전자상거래 분야는 MS에도 아주 중요한 영역입니다. 전자상거래의 전제조건을 인프라 미들웨어 및 제도적 측면 등으로 나눠볼 때 MS의 관심분야는 인프라부문입니다. 전자쇼핑몰 구축용 솔루션인 사이트서버는 물론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도 사실은 사용자부문과 연관이 있습니다. MS는 이 전자상거래를 위해 국내업체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카드 업체와 보안시스템 업체 등 각 부문의 전문업체와 협력해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아이네트, 한메소프트, 유한씨앤티 등 8개 전문 개발업체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신뢰성 있는 전자상거래 시스템 기술개발 및 지원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으로 아는데요. 이번 조직개편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까.
▲이번 조직개편은 기본틀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본틀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즉 엔터프라이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영업 및 영업지원, 컨설팅 부문을 강화했고 특히 컨설팅 부문은 전문인력을 기존 4명에서 10명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또 마케팅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프런트오피스마케팅, 백오피스마케팅 홍보 등으로 분리돼 있던 마케팅 기능을 단일 조직으로 통합했습니다. 이밖에 애플리케이션사업 강화는 본사의 방침으로 국내에서도 애플리케이션개발지원본부(ADCU)를 만들어 인력을 보강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MS본사의 인식은 어떻습니까.
▲본사도 한국의 상황을 잘 알고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본사는 지금도 한국의 IT시장이 매우 유망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도체, 컴퓨터 등 인프라가 되는 산업기반이 튼튼한데다 높은 교육수준을 갖춘 인력도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현 상황이 어렵다고 해도 곧 재도약하게 되리라는 것이 본사의 시각입니다.
-마지막으로 MS가 사실상 독점기업이라는 점에서 불만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은 MS가 국내 IT산업에 많은 기여를 하면서도 그 공헌도가 평가절하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MS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요.
본사 한국경제 낙관 ▲MS는 전세계적으로 데스크톱PC에 사용되는 운용체계의 80% 이상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독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표준」이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전적으로 사용자의 선택이 뒤따랐기 때문입니다.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만들어진 독점은 역시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MS가 현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많은 연구개발 투자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사실 그동안도 MS가 국내경제나 산업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습니다. 우선 모든 소프트웨어 한글화작업을 모두 국내에서 구현하고 있습니다. 이 한글화를 위해 투입하는 자금만 연간 1백억원에 이르고 있고 자체내의 소프트웨어연구소에만 40명 정도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또 아웃소싱 업체들도 사실은 MS의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이밖에 지난해만 해도 2백여 학교에 소프트웨어를 보급했고 그 이외의 여러 기관이나 단체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올해에는 이런 사회적 활동을 더욱 늘릴 예정입니다. 국내 경제사정상 대량실업이 불가피한 만큼 직업전환 교육을 MS가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럽에서 MS가 실직자 직업전환교육을 지원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입니다. 또 산업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TCO개념의 확산과 화이트칼라 생산성 증대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중입니다.
특히 와해된 국내 유통기능의 복원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유통기능이 붕괴됨에 따라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은 판매를 어떻게 늘리느냐를 고민하기보다 이들 유통업체에 제품을 줘야 할지 말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유통전문기업은 특히 재정적으로 탄탄한 구조를 갖춰야 하며 유통기능이 건강하도록 기본적인 틀을 짜주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MS차원에서 유통기능 활성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같은 안이 마련되면 업계가 전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확산시켜볼 생각입니다. 동참할 업체들은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리=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