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개최된 「세미콘 코리아 98」 전시회가 사흘간의 행사일정을 마치고 23일 성황리에 폐막했다.
반도체산업의 기술수준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반도체관련 전문전시회인 이번 「세미콘 코리아 98」 전시회는 반도체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비롯 미국, 일본, 유럽 등 전세계 20여개국 4백여 업체가 참가, 각종 첨단장비 및 재료들을 선보였다. 전시규모 또한 총 1천20개 부스로 지난해(8백24개 부스)보다 무려 20% 늘어나 역대 세미콘 코리아 전시회 가운데 가장 넓은 전시면적으로 기록됐다. 이에 따른 참관객 수도 첫날인 21일 4천여명을 비롯해 총 1만5천명 정도가 다녀간 것으로 행사주최측인 세미(SEMI)코리아는 파악하고 있다.
규모의 확대 못지않게 전시내용 면에서도 내실있는 행사가 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우선 2백56MD램 또는 1G급 반도체 개발 및 시제품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장비들이 콘셉트 형태로 전시됐던 지난해보다 좀더 구체적인 모양과 내용을 갖춰 전시됐고 가스스크러버, 이온필터 등 각종 환경에 대응한 장비와 차세대 기술로 평가되는 화학기계적연마(CMP) 관련 장비 및 소모품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전공정장비의 국산제품 전시가 그 어느때보다 활발했다는 점도 이번 전시회의 커다란 성과로 꼽혔다. 그 중에서도 주성엔지니어링이 선보인 저압화학증착장비(LPCVD)와 청송시스템의 건식용 에처, 그리고 아펙스가 개발한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및 PSK테크의 마이크로파 애셔(Asher) 등은 국내외 참관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또한 세계 최대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구리배선막 증착용 체임버인 「Endura Electra Cu」와 CMP 공정용 폴리싱 헤드를 출품해 눈길을 끌었고 대다수 유력 장비업체들이 3, 4개의 체임버를 부착해 생산성을 높인 제품을 대거 선보여 이번 전시회의 주제가 차세대 IC 제조기술 및 생산성 향상이라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이번 전시회가 일궈낸 또하나의 성과로 세미나의 질적 향상을 빼놓을 수 없다. 공정평가기술, 조립기술, 소자기술, 3백㎜ 제조기술, 테스트기술, 패키징기술 등 총 6개 분야에 걸쳐 심포지엄이 열린 4층 회의실에는 연일 관련업계 기술 실무자들의 발길로 붐볐다. 이 가운데 22일 열린 「제4회 환경 및 안전 콘퍼런스」와 「국제 CMP기술 심포지엄」은 이번 전시회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반영한 의미깊은 자리였다.
또한 행사 참석차 방한한 폴 데이비스 SEMI 부사장은 특별 인터뷰를 통해 『최근의 반도체시황 위축에도 불구하고 전시회가 이처럼 세계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바로 한국 반도체시장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하며 『최근 국가경제와 반도체산업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에 지속적인 지원을 하도록 미국 정부관료와 국제기관에 촉구하고 있다』고 밝혀 국내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데이비스 부사장은 또한 『올해 세계 반도체 장비시장은 지난해보다 11.6% 증가한 3백16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며 이러한 회복세는 계속 이어져 오는 99년에는 전년 대비 17.5% 증가한 3백71억달러, 그리고 2000년은 무려 22.3%가 늘어난 4백50억달러를 상회할 것』 으로 예상하는 등 낙관적인 전망을 피력, 관련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같은 업계의 높은 관심과 참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업체들이 실제 장비가 아닌 패널 전시에 그쳤고 최근의 반도체 경기불황과 IMF 한파 영향 탓인지 이번 행사를 찾는 외국 관람객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국내 참가업체들이 울상을 짓기도 했다. 또한 이번 전시회를 주최한 SEMI코리아가 부스배정과 전시진행 면에서 11회째를 맞은 전시회로는 걸맞지 않은 미숙함을 드러내 아쉬움을 남겼다.
<주상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