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PCS 등 이동전화기용 리튬이온전지(LIB)팩 전문업체들이 주 거래선인 이동통신단말기업체들의 환차손 보전 지연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이동통신단말기업체들은 지난해 11월말부터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2배가량 치솟아 LIB셀을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서 조립생산하는 전지팩 조립업체들의 눈덩이처럼 불어난 환차손을 보전해주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올 1월분부터는 1엔 대 13원 선의 조정환율을 적용하고 있으나 11월말∼12월말분에 대해서는 한달 가까이 결제를 지연, 팩업체들이 환차손을 그대로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한림산전, 샤프트코리아 등 양대 LIB팩업체들은 전체 제조원가(MC)의 80%에 달하는 LIB셀을 비롯, 주요 원자재를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어 실제 이 기간 동안의 환차손이 삼성전자에만 매출의 50%에 육박하는 40억∼50억원대 이르고 있는데, 외형에 비해 환차손 규모가 워낙 큰데다 최근 전 금융권의 자금경색과 금리인상으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팩업체 관계자들은 『대기업인 이동통신기기업체들도 일반적으로 LIB셀 수입가격을 통제하고 있어 실질 팩업체의 환차손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알면서도 IMF체제를 맞아 그룹의 전반적인 재정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시간끌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40억원이 넘는 환차손이 대기업들에는 큰 게 아니지만 중소 팩업체들에는 치명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특히 『핵심부품인 셀과 보호회로를 비롯해 약 40∼50개의 부품이 탑재되는 LIB팩의 원자재 중 두 세개 정도만 국산화가 가능한 현실에 비추어 환차손을 흡수할 여력이 국내 팩업계에는 전무하다』며 『현재의 재정형편상 통신업체들의 환차손 보전이 만약 다음달까지 지연되면 문을 닫아야 할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팩업계의 어려움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동통신기기업체들이 환차손 보전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IMF체제 출범으로 올해 초긴축재정이 불가피한데다 올해 경영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최근 아직 외환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금수요를 최대한 억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LIB셀 및 팩 수급이 PCS, 휴대폰 등 이동통신단말기 사업의 관건으로 부각되고 있는 데다 고환율시대를 맞아 팩까지 수입해서는 더욱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현재 팩업체에 대한 환차손 보전지연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조만간 타결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