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사업을 위해 현행 회계연도 단위의 연구개발 예산제도를 다년 연구개발 예산제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26일 과기처 및 관련 연구기관에 따르면 현재 연구 프로젝트별로 예산집행이 1년 단위로 시행되고 있어 일부 중장기 연구과제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인 연구비 지원을 보장받기가 어려워 연구개발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차기 정부가 총액예산제를 도입, 각 부처 장관들에게 연구과제 선정을 비롯한 예산집행권을 위임하는 등 정부 운영형태가 현 재경원 중심에서 각 부처 장관책임제로 전환되는 만큼 기술개발 특별회계연도 도입 등 다년도 방식의 기술개발 예산 및 배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과학기술계는 특정연구과제나 선도핵심기술개발사업과 같은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중장기적인 연구개발계획이 서 있으나 해마다 예산당국으로부터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다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예산확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연구기획단계 이후 개발계획이 무산되는 등 예산낭비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계는 특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키로 한 「과학기술혁신 5개년 계획」 역시 지속적인 예산 확보를 전제로 하고 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정부 재정의 긴축으로 GNP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차제에 지속적인 예산 확보를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학기술 혁신 5개년 계획은 다음 연도의 경우 과기처가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들의 추진계획을 제출받아 검토, 조정한 후 과학기술장관회의에 상정, 심의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어 심의 결과에 따라서는 연구개발사업의 축소 등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소 관계자들은 『정부의 연구개발비 지원이 1년단위로 돼있어 연구책임자들이 차기연도의 연구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당국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등 연구의 자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하고 『연구 성과물에 따른 예산낭비요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과제선정 등에 신중을 기한 후 일단 연구과제로 확정될 경우 예상 연구기간동안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다년도 예산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출연연구소의 한 책임연구원은 『다음 연도의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구 이외에 연구중간보고서 작성이나 상급기관 또는 예산당국 담당자들과 친분을 쌓아야 하는 등 연구 외적인 낭비요인이 많다』고 밝히고 『연구원이 연구성과를 제대로 이뤄내지 못할 경우 유사 프로젝트에 참여를 배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제재를 강화해 나가는 등 연구원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과기처는 현재 지난해 도입한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의 경우 최대 7년간 예산을 지원하는 등 일부 연구프로젝트에 대해 다년제 연구예산지원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출연연구소별로 대표 대형프로젝트를 선정해 연구비를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스타프로젝트를 운용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1년단위로 연구비 지원을 재심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기처의 한 관계자는 『단년도 예산배정으로 해마다 재경원 등 예산당국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 설명해야 하는데다 정부출연연구기관장이나 해당 프로젝트 연구책임자가 재경원에 불려 다녀야 하는 등 연구원들의 시간, 비용낭비가 심하다』고 말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연구예산의 다년도 연구개발예산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