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2시. 아직 잠에서 덜 깬 7명의 젊은이들이 부시시한 모습으로 방문을 나선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식사당번이 아침겸 점심을 준비하고 간단한 청소를 마친 후 업무가 시작된다. 여름이 다가오기 전에 새로운 게임개발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업무가 끝나는 시간이 별도로 정해진 것도 아니다. 단지 각자에게 주어진 업무만 마치면 나머지 시간은 알아서 활용한다. 개인업무 일과표는 인트라넷으로 연결된 PC를 통해 모두에게 공개되며 업무의 진척상황은 본인이 매일 체크한다.
이는 「일렉트로닉 퍼플」이라는 게임을 개발, 전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바이트쇼크(대표 이호철)라는 중소 게임업체의 모습이다. 기상시간을 제외하고는 철저히 개인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특색있다.
지난 96년 서울 사당동 부근에 42평형 다세대 주택을 구입, 7명의 미혼 20대 젊은이들이 동거동숙하면서 게임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전원 미혼에다 지방출신도 많기 때문에 한 곳에 모여 함께 지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94년 설립된 바이트쇼크는 이호철 사장을 비롯, 4명의 서울고 선후배 및 동기생들이 대학졸업 후 모여 만든 회사이다. 나중에 합류한 3명도 고등학교 시절 게임동아리를 통해 만난 선후배지간이다. 이들은 초기에는 외국게임을 열심히 모방, 일본 유명업체의 아케이드 게임을 PC용 게임으로 개발하는 등 상당수 제품을 상업용이 아닌 습작형태로 만들었다. 이를 통한 기술축적은 작년 9월 개발한 PC용 게임 「일렉트로닉 퍼플」을 통해 잘 드러났다.
출시되자 마자 대만업체와 수출계약을 체결, 대만에 공급됐으며 일본 나티브소프트사와도 수출계약을 체결, 오는 3월6일 일본지역에 발매될 예정이다. 또한 작년 12월 영국 페어소프트사와는 아시아지역을 제외한 전세계 판권계약을 체결, 페어소프트사를 통해 유럽과 미국 등에도 판매될 예정이다.
이 사장은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손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컴퓨터 관련 부품을 소재로 2년여간의 장기적인 개발과 지속적인 보완작업을 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한다.
바이트쇼크는 최근 리얼타임 시뮬레이션, 롤플레잉, 어드벤쳐 등이 복합되는 가상현실개념이 도입된 새로운 게임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이 게임 역시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사장은 『개발진 전원이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람들이고 함께 지내기 때문에 의견교환과 상호기술보완이 신속한 것이 최대의 장점』이라며 『점점 나이가 차고 있는 일부 인원이 결혼을 자꾸 미루고 있어 은근히 걱정된다』고 최고 선배로서 후배들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을 내비친다.
<김홍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