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분자에서 반도체 물질 발견

탄소로 구성된 분자인 「나노튜브」를 다발모양으로 합성하면 성질이 바뀌어 반도체가 된다는 사실이 한국과 미국 과학자의 공동연구로 밝혀져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발견으로 기존의 실리콘 반도체보다 집적도가 1만배까지 높은 초고집적 반도체 소자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 任志淳교수(46)와 미국 UC버클리大 물리학과 마빈 코언교수가함께 규명한 이같은 내용의 연구논문은 영국의 권위있는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1월29일자)에 상세히 소개됐다.

이와 관련, 임교수는 30일 『나노튜브는 지난 91년 일본에서 우연히 발견됐으며 흑연덩어리를 전기방전시키면 고온에서 탄소증기로 됐다가 식으면서 생긴다』면서 『이번 연구과정에서는 가늘고 긴 대롱 모양으로 결합된 분자인 나노튜브를 여러개 모으면 반도체 성질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임교수는 이어 『탄소 나노튜브를 이용해 현재 가장 집적도가 높은 반도체인 1기가D램보다 회로폭이 1백분의 1에 불과한 회로를 만들 수 있어 같은 면적에 집적도를1만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발견은 탄소로부터 성질이 다른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확인한데 의미가 있다』면서 『나노튜브를 실제 반도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량생산 및 집적회로로 배열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임교수는 미국 UC버클리대학을 거쳐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벨연구소에서의 연구생활에 이어 86년 귀국, 90년부터 서울대 이론물리센터의 고체물리이론실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서기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