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테크놀로지 구관영 사장
「국제통화기금(IMF) 터널을 조용하게 지나자.」
우리나라는 60년대 무연탄 철마에서 세계 최대속도를 자랑하는 TGV고속철도에 갈아타려는 순간 IMF라는 지독한 한파를 맞게 됐다. 세계 11대 산업선진국,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IMF의 구제금융에 매달려야 하는 참담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름 있는 대기업들도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업체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18년 동안 무선통신기기 한 분야만을 외길로 헤쳐와 이제 통신업계에서는 나름대로 자리를 잡은 우리 회사도 쓰러져 가는 주변의 업체들을 보고 있자면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만 하루에 1백여개 기업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어느 곳에서도 안전지대는 없는 것 같고 경영환경은 날로 열악해져 촌각을 방심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50년대 6.25 전쟁 이후 격동기를 생각하게 된다. 빛바랜 추억으로만 남아있던 60년대 초 「보릿고개」 시절이 다시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리 IMF한파가 거세다 해도 50년대 당시보다 더 어렵기야 하겠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동안 온 국민의 열과 정성으로 쌓아온 경제적 기반을 우리의 자주적 노력이 아닌 경제열강의 의도대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참담할 뿐이다. 모든 시장을 선진국 형태로 조기개방하고 모든 금융질서를 우리의 특수한 경제적 환경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없이 IMF의 주문에 따라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플 따름이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이십년 넘게 산업사회의 일원으로 일해온 경제 일꾼의 한 사람으로서 허탈감과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엄혹한 여건에서 우리 산업 일꾼들이 자괴감에 빠져 한숨만 쉰다면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같은 현실은 우리들 자신이 초래한 것이고 우리 기성세대가 극복해야 할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과제인 것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이럴 때일수록 자기정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조용히 일처리하는 「정중동(靜中動)」의 경영방침이 바람직하리라 본다.
「비상대책」 「특단조치」 「기업강령 제정」 등 강성구호 아래 야단법석을 떨다보면 소위 잘 나간다는 기업도 쉽게 흔들리게 되고 종업원들도 위기감과 불안감 때문에 자기 맡은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기업환경에서 모든 것이 쉽게 노출되고 이에 따라 기업정보 보안 및 자기 관리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만 많아질 뿐이다. 중소기업은 이런 상황을 발판의 호기로 삼아 정확한 시장판단과 미래예측 속에서 경영계획을 내놔야 한다. 기업의 미래상이 그려진 기획 내용 및 관련 정보는 자기 스스로가 갈고 닦을 때 빛나는 보석의 가치를 지니게 됨을 항상 상기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강점인 유연성과 신속성을 충분히 발휘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사항을 먼저 아갈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남들보다 먼저 시장상황을 예측, 판단해 기술개발과 시장개척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불황시대에서 살아날 수 있는 한 방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최근 경기불황과 관련, IMF의 순기능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자리잡아 갈까하는 긍정적 사고의 전환은 필수적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자세로 우리 경제일꾼들의 슬기로운 지혜를 모으고 그동안 이뤄낸 경제성장의 저력을 상기해 다시 한 번 힘을 결집한다면 IMF의 한파는 순풍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