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도 국내 영화산업 전망

IMF의 고환율, 고금리 시대를 맞이한 대기업들과 재벌자본이 빠져나간 올해를 투자 적기로보는 중견업체들의 움직임에 영상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영상사업에서 한발 물러설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고 공중파 방송 계열사의 영화업계의 진출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를 계기로 영상업계의 새판짜기가 예상외로 빠르게 이루어지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적지않아 이들 대기업 및 관련업체들의 움직임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C의 영화산업 포기설 이후 충무로에서는 앞으로 대우와 삼성이 영화계를 양분하고 나머지 업체들은 모두 철수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관측에 가장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전반적인 영화시장의 규모축소는 불가피하지만 하반기 이후 대기업의 방화제작 재개, 비디오용 외화수입 활발, 신규참여 업체 등장 등으로 영화계가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대기업은 막대한 로열티를 지출하는 외화 수입을 자제하는 대신 비디오시장을 겨냥한 20만 달러 이하의 액션물 판권구매는 크게 줄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기업들이 대부분 비디오 직판유통망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비디오사업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 한 신작타이틀 공급을 위한 판권확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판매가 어느 정도 보장된 액션물을 지속적으로 구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지난해 삼성을 제외한 대기업들이 모두 흥행에 참패했던 방화제작의 경우 올해는 투자기피현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작영화 크랭크 인이 확정된 대기업이 없는 가운데상반기 중 우리영화 개봉은 거의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러나 일단 움츠러들었던 대기업들이 하반기부터 다시 방화제작에 뛰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특히 20억원을 웃도는 대작영화보다는 제작비를 10억원 정도로 현실화한 이른바 IMF형 저예산영화 제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일제당이 제이콤을 통해 하반기 중 2편의 우리영화 제작을 고려하고 있으며 대우 역시 신중하게 방화제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영화산업에 앞다퉈 진출했던 대기업이 철수하고 난 영화시장에서 오히려 충무로의 중견영화사 및 신규참여 업체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S미디어가 영화판권 구매를 준비중이고 공중파 방송사 계열 영상사업단들도 방화제작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모기업의 부도로 문을 닫은 LIM을 비롯 침체에 빠진 특수효과 전문업체들도 하반기부터 신설법인 형태로 재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며 영상물제작 관련 기자재를 보유한 중소업체들은 저예산영화 제작에 따른 장비 대여업이 앞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미 지난해 20% 이상 시장규모가 줄어든 프로테이프의 경우는 올해는 소폭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량 실업자가 발생하면서 오히려 비디오숍이 관심업종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영화관객이 줄어드는 대신 상대적으로 비디오 대여고객은 늘어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교육물을 중심으로 한 대소비자 판매용 비디오 시장도 올해 다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경쟁자들이 줄어든 영화 및 비디오시장에서 최후까지 살아남는 업체가 독점의 혜택을 누리게 되고 신규투자 업체들이 예상밖의 호황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