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던 3백㎜(12인치) 웨이퍼 반도체 라인 구축이 상당 기간 연기될 전망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3사 및 NEC, 히타치 등 일본 주요 D램업체들은 최근 올해부터 본격 추진키로 했던 3백㎜ 웨이퍼 대응 파일럿 라인 건설 계획을 일제히 취소하고 실제 양산라인 구축도 최소 1년 이상 연기키로 결정했다.
또한 지난달 개최된 반도체산업전략회의(ISSS)에서는 인텔, IBM 등 미국 반도체 업체들도 3백mm 웨이퍼 장비의 도입 시기를 당초보다 1-2년 이상 연기할 계획임을 공식화함따라 본격적인 3백mm 생산라인 건설은 오는 2001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3백㎜ 라인 조기 구축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최대 D램 생산 국가인 한국 및 일본 지역 업체들이 메모리 시황의 장기적인 침체로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는데다 국가적인 외환 위기 및 경기 침체까지 겹쳐 올해 설비 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한데 따른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3백mm웨이퍼 라인을 도입할 경우 칩의 생산 원가는 약 30% 가량 절감되는데 반해 관련 장비의 도입 가격이 기존 장비보다 최소 50% 이상 높다는 점도 조기 도입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담팀을 주축으로 올해부터 3백㎜ 파일럿 라인 건설에 본격 착수키로 했던 삼성전자가 조기 구축 계획을 철회한데 이어 올해 하반기까지 청주 및 이천 지역에 0.25미크론급 3백㎜ 파일럿라인을 건설키로한 LG반도체와 현대전자도 사업 추진 계획을 연기했다.
일본 D램 생산 업체도 그동안 3백mm 웨이퍼 채용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NEC가 올해안 시험 가동을 포기한데 이어 히타치와 미쯔비시는 3백mm 라인 구축 연기는 물론 D램 제품의 감산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이처럼 세계 주요 D램 생산 업체들이 3백㎜ 투자를 속속 연기함에 따라 그동안 관망 자세를 보여왔던 인텔, 지멘스, 모토롤라 등 미국 및 유럽 지역 비메모리 업체들의 3백㎜ 파일럿 라인 건설도 내년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3백㎜ 라인 건설에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비 부담으로 대부분의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으며 향후 1년 이상은 이러한 분위기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도 향후 10년간 3백㎜ 가공 라인 건설에 최소 1백50억달러 정도가 투자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최근의 투자 분위기 위축으로 당초 계획보다 12년이상 늦은 2001년경에 가서야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상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