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업체들이 최근 수출 물량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해외시장에서 전개해온 「제값받기 마케팅」이 뿌리채 흔들릴 위기를 맞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전업체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해외 거래선을 늘리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수출 확대를 계기로 국산 가전제품의 수출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가전시장에서 판매되는 국산 가전제품의 가격도 덩달아 하락할 조짐을 보이면서 그동안 수익성을 확보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현지 판매 가격을 올리려던 가전업체들의 전략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해외 바이어들은 최근 국내 가전업체들에게 늘어난 환차익과 공급물량 만큼 수출 가격을 대폭 깎아줄 것을 요구해오고 있는데 국내 가전업체들이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올들어 수출 가격이 지난해말에 비해 품목별로 평균 3∼4% 정도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수출 가격의 하락세는 가전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수출에 나설 다음달부터 더욱 가속될 전망인데 올 상반기중으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해외의 대형 거래선에 OEM으로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 하락 폭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올해 해외 시장에서 판매될 국산 가전제품 가격도 수출가격 하락 폭에 상당하는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그동안 해외 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려던 가전업체들의 계획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전업체들은 현지 판매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해외 바이어로 하여금 수출 가격의 인하분을 판매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해외 바이어에 공급하는 제품과 독자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과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아직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전3사의 수출 관계자들은 『현재의 추세대로 가면 수출 가격의 전반적인 하락이 불가피한데 국산 가전제품은 일본 등 경쟁국 제품에 비해 브랜드 지명도가 낮아 한번 가격이 떨어지면 이를 회복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