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 구현을 위해서 학교정보화는 가장 필수적이며 기초를 다지는 밑거름이라고 할 수 있다. 각급 학교는 정보화의 기지이며 학생은 정보화를 이루는 핵심주체이다.
교육부가 금년도 정책수립의 골자를 교육정보화에 맞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교육정보화의 기본은 환경조성과 의식개혁으로 함축될 수 있다. 정보화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할 때만이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칠판없는 교실을 구현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교단선진화사업은 기반조성사업의 하나라는데 이견이 없다. 교단선진화사업은 학습효과 제고와 시청각교육 강화를 위해 해묵은 칠판을 각종 멀티미디어장비로 대체하는 사업이다.
전국 20만4천개에 달하는 초, 중, 고 각급 학교의 일반교단을 대상으로 하여 추진되는 이 교단선진화사업이 오는 99년 완료될 경우 학생과 교사는 칠판을 이용한 획일적인 교육 형태에서 벗어나 문자 그대로 정보화 학습을 실현할 수 있게 되며 교사는 강의교재나 커리큘럼은 물론 학사업무까지도 전산화를 실현케 됨으로써 교육환경이 크게 개선해 나간다는 것이 기본목표이다. 이 교단선진화 3개년 계획 기간중의 투자자금이 무려 6천억원에 달한다는 것도 이 사업의 중요성과 의의가 그만큼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성이 강조되는 교단선진화사업이 사업 첫해부터 차질을 빚고 있어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금년 신학기부터 전체 학급의 3분의 1수준인 6만5천여 학급이 교단선진화의 혜택을 보아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운영 가능한 학급은 이의 5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로선 교단선진화사업의 차질이 금년 신학기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자칫 사업 자체가 위태로울 수도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장비공급 부진으로 야기된 이같은 사업차질은 이미 예견되어 왔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 준다.
교단선진화사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장비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장비공급을 둘러싸고 마찰이 계속돼 왔으며 불협화음의 주체가 학교가 아닌 시도 교육청과 정부의 조달관련 부처라는데 문제가 있다. 교단선진화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장비중의 하나가 모니터로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할 장비다.
정부는 모니터를 각급 학급의 실정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대형 프로젝션 TV나 컴퓨터화면 영상기중 택일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조달청은 지난해 10월과 12월에 관련 장비에 대한 제3자 단가입찰을 실시했으나 정확한 규격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입찰을 실시함으로써 부적격 제품이 공급대상 제품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공급가격을 둘러싸고 납품업체들로부터 불만을 사기도 했다. 특히 대상학급의 절반에 가까운 3만여학급은 제품에 대한 명확한 검증작업을 거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입찰 1달여만에 기종을 배정받아야 했는데 이로 인해 지나친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같이 서둘러 공급계약을 맺은 것은 촉박한 사업추진일정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6천억원이 투입되는 중요한 사업이 불과 1년의 준비기간도 거치지 않고 마무리 지어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정부나 실질적인 사업을 담당한 교육청의 안일한 태도가 빚은 결과인 셈이다. 물론 전체 교육청이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광주교육청과 같이 전자교과서를 제작하는 등 한발앞서 사업을 추진한 경우도 없지 않다.
교단선진화와 함께 금년부터 새로 시작된 각급 학교 교육용 소프트웨어 구입자금지원 사업도 당초 취지와 다르게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총 1백20억원을 자금을 마련, 각급 학교에 1백만원씩 지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 사업은 소프트웨어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에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하지만 과연 1백만원이라는 지원금으로 얼마 만큼의 효과를 거둘 것인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교단선진화 사업과 소프트웨어 구입지원 사업에 대한 문제제기는 교육정보화 관련 표준화 작업의 부재와 준비부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지난 90년 초 영국정부가 진행한 전 초등학교를 연결하는 교육전산망을 구축작업의 경우 2년여의 계획수립과 3년이 넘는 준비기간을 거쳤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확한 검증없는 계획수립을 토대로 무리하게 진행된 사업은 결코 효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육정보화는 어느 분야의 정보화보다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사업 추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