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컴팩, 디지털사 인수... 국내외업계 "촉각 곤두"

미국 컴팩컴퓨터의 디지털이퀴프먼트사(DEC) 인수로 국내외 컴퓨터업체들이 바싹 긴장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세계 컴퓨터업계 1인자로 굴림해온 IBM과 2위의 휴렛팩커드(HP)에 밀려드는 불안감은 남다르다. HP의 경우는 DEC를 인수키로 한 컴팩에 컴퓨터업계 2위자리를 내줘야할 판이고, IBM도 컴팩의 기세에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유니시스, 후지쯔 등 후발 중대형 컴퓨터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뿐만 아니라 컴팩컴퓨터의 DEC 인수파장은 국내의 삼성전자, LG전자 등 관련업체에까지 확대돼 앞으로 상황에 따라서는 이들업체의 사업방향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에상되고 있다.

해외

컴팩컴퓨터는 이번 DEC 인수로 더이상 PC 전문메이커가 아니라는 점이 세계 중대형 컴퓨터업체들을 긴장케하고 있다. 컴팩은 DEC인수에 앞서 지난해 텐덤컴퓨터를 인수합병해 메인프레임분야로 사업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이제는 단단한 유닉스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확보하고 네트워킹, 컨설팅서비스사업까지 망라하는 종합적인 정보기술(IT)업체로 탈바꿈했다.

특히 컴팩컴퓨터는 1천6백여명의 윈도NT 공인 엔지니어와 3천여명의 유닉스 전문가들을 DEC로부터 그대로 얻게 돼 NT관련 업계 최대의 컨설팅 통합조직을 구축, 이제 컴팩의 서비스력은 IBM 및 HP의 서비스사업과 대등한 위치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IT시장의 주도권 싸움이 IBM과 HP의 양자구도에서 컴팩을 포함하는 3각 구도로 변화함으로써 IBM과 HP의 부담이 커졌으며 특히 HP는 당장 「2위자리 고수」라는불똥이 떨어졌다. 이는 컴팩의 연간 매출이 한순간에 후지쯔(96회계연도)의 3백63억달러(3월말 결산)를 제치고 3백76억달러로 올라서면서 HP의 지난해(10월말 결산) 매출액 4백29억달러를 위협하게 됐기 때문이다.

IBM의 경우는 지난해 매출이 7백59억달러에 달해 당분간 컴팩이 매출규모로 IBM을 위협하지는 못하겠지만 컴팩이 오는 2000년 매출목표를 5백억달러 이상으로 잡고 있어 긴장을 늦출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 후지쯔,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유니시스 등 세계적인 IT업체들은 버거운 경쟁자의 출현으로 시장경쟁이나 사업추진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국내

이번 컴팩의 DEC 인수로 가장 불안한 국내업체는 LG전자다. LG전자는 DEC와 14.1인치 박막트랜지스터 액정디스플레이(TFT LCD)를 장착한 고성능 노트북PC를 공동 개발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수출중이다. 수출물량도 12.1인치 제품을 포함해 지난해 10월부터는 국내 노트북PC 수요와 맞먹는 월 2만대 규모로 늘어났다.

그러나 LG전자의 이러한 수출전선에 컴팩이라는 뜻밖의 복병이 나타난 것이다. DEC의 PC사업부문을 우선적으로 흡수통합하게 될 컴팩이 LG전자에 주문을 내지않으면 사실상 수출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더우기 컴팩과 DEC의 경영체제가 재정립될 때까지 앞으로 DEC가 적극적인 영업을 전개하지 않아 LG전자의 노트북PC 수출물량이 크게 줄어든다면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다.

현재로선 원화환율 상승으로 국제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고, LG전자의 수출모델이 14.1인치 대형화면의 초경량 노트북PC라는 점 등을 감안할때 수출주문이 격감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해 결국에는 컴팩의 노트북PC 사업전략에 따라 LG전자의 희비가 엇갈리게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컴팩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전략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만약 컴팩이 DEC의 알파아키텍처 확산을 강력히 드라이브하고 나서면 삼성전자의 알파칩사업은 구사회생할 수 있지만 알파프로젝트에서 손을 떼버리면 남아있는 불씨마저 완전히사라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6년부터 비메모리 사업강화책의 하나로 알파칩의 개발 생산에 나섰으나 알파 아키텍처를 쥐고 있는 DEC가 알파칩 제조및 개발부문을 인텔에 매각하는 등 소극적인정책을 펼침으로써 맥이 빠진 상태.

이에 대해 컴퓨터업계 관계자들은 알파 아키텍처가 컴팩의 DEC 인수요인에 들어가지도 않을뿐 아니라 최근까지 컴팩과 DEC이 서버와 하이앤드 시스템에서 인텔의 아키텍처를 적용할것임을 표명했고,컴팩, 인텔, 마이크로소프트간의 돈독한 3자 협력구도 등에 비추어볼때 컴팩의알파아키텍처 지원에 대해 회의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컴팩의 에커드 파이퍼 회장이 DEC 인수후 마이크로소프트와는 연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인텔과의 관계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여운을 남기고 있는 정도이다. 또 컴팩은 몇개월전부터 자사의 PC에 인텔 프로세서의 채택을 줄이고 대신에 중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AMD나 사이릭스 프로세서 탑재를 늘리고 있어 인텔 독주에 제동을 걸수 있는유력한 업체로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