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 ABC 등 4대 주요 방송국이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개시하는 미국은 99년 5월 1일까지 시청인구를 기준으로 상위 10대 도시에서 디지털 방송을 실시한다.
이는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 전체 인구의 20%가 디지털TV나 세트톱박스를 구입하면 한정된 시간이나마 디지털 방송을 즐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어 2001년 11월까지는 디지털 방송이 상위 30대 도시로 확산되며 2003년 5월 1일까지는 모든 상업, 공영방송국이 디지털 방송체제로 전환된다. 이러한 점진적인 과도기를 거쳐 2006년에는 아날로그 방송에 종지부를 찍고 완전한 디지털 방송시대로 넘어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해말 ATSC방식을 차세대 TV방식으로 선정한 우리나라도 이르면 2000년부터 시험방송을 거쳐 2001년부터는 부분적으로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어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송이 공존하는 과도기를 거쳐 오는 2010년에는 순수한 디지털 방송시대로 진입할 계획이다. 유럽과 일본 역시 오는 2000년을 전후해 속속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21세기는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방송, 디지털TV시대가 열리는 전환기라 할 수 있다. 동시에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병존하는 일대 혼란기라고 할 수 있다.
다소의 혼란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방송국이 디지털 방송을 위한 설비와 프로그램 공급능력을 갖추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뿐더러 흑백에서 컬러TV로 넘어갈 때 일정기간 흑백TV 시청자를 배려했듯이 아날로그TV 수상기를 보유한 시청자를 위해 멀티캐스팅이나 사이멀 캐스팅 방송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수상기 보급이 늘어야 디지털 방송 프로그램을 늘릴 수 있다는 방송국 및 콘텐츠 제공자들과 반대 주장을 펴는 하드웨어 공급자들간에 「닭과 달걀 논쟁」이 재현될 전망이다.
디지털TV시장이 제자리를 잡기까지 겪어야 할 혼란에는 디지털 방송규격도 한몫을 하고 있다. 미국의 ATSC방식은 디지털TV 규격 설정 문제를 놓고 가전, 컴퓨터, 방송업계가 갈등을 빚자 기존 아날로그 방송 화질 수준인 SD급과 이보다 화질이 2배 이상 선명한 HD급을 포함해 모두 18개 비디오 포맷을 모두 허용하고 이를 시장의 선택에 맡긴다는 방침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화질과 화면비율을 선택하는 문제에서부터 부가서비스 등 다양하면서도 복잡한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디지털TV시장을 지탱하는 한 축인 방송계의 이러한 딜레마는 디지털TV 수상기나 세트톱박스를 공급할 예정인 가전, PC업체 등 하드웨어업계의 제품 상품화 및 사업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