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판권 재협상을 추진중인 일부 대기업들이 협상기술 미숙으로 외국 공급업체와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최근 폭등하는 달러화에 대응,외국영화사와 판권료 재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업체들이 일방적인 판권료 인하를 고집,외국영화사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영화공급업체인 C사는 국내 수입업체인 D사가 최근 판권료를 인하해주지 않을 경우 영화수입을 취소하겠다고 나서는데 따라 한국 법률사무소를 통해 법정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H사도 비슷한 이유로 미국 A영화사로부터 당초 계약일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한국법원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서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마찰은 국내 업체들이 영화수입 관련 계약서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한국의 외환사정만을 호소하는 식의 협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영상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화판권의 양도, 양수 계약은 절차가 매우 복잡할 뿐만 아니라 이미 계약한 경우는 일방적으로 계약내용을 파기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면서 『상황이 급변해 재협상을 벌일 경우 절차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합리적으로 설득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는데 국내업체들은 「한국의 외환위기」와 「계약파기」만을 무기로 협상하려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판권료 재협상은 당사자간의 큰 하자가 발생하지 않는한 사실상 힘들도록 돼 있다』면서 『자칫 분쟁의 소지를 남겨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영상업계는 이에따라 국내업체들이 달러화 폭등의 이유로 판권료 재협상을 벌이기 보다는 진행스케줄을 조정하는 등 사안별로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판권료 인하를 위한 협상보다는 계약서상의 진행 일정을 조정하는 협상이 더유리할 수 있다』면서 『이는 거래선에서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며, 달러화가 상대적으로 안정될 때 들여오면 결과적으로 가격 인하효과를 거두는 셈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외국업체들도 한국의 외환위기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이른바 「기본 로열티에 수익에 따른 배분방식」을 제시하는 것도 유리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재협상의 합리성과 대안을 제시,그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