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성장하지 않을 듯한 스필버그의 「영화적 상상력」에 관객들이 질릴 때쯤 그의 공략은 항상 「놀라운 정공법」이다. 「쉰들러 리스트」 이후 4년만에 그는 다시 「자유」라는 명제를 들고 나왔다. 「아미스타드」는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실화를 바탕으로 미국 사회의 오래된 논쟁의 중심지로 다시 한번 뛰어든다.
이 영화는 「노예제도」라는 미국사의 흔한 소재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한층 성숙된 감정으로 단순한 「싸움걸기식의 논쟁」을 피한다. 백인이 만든 이 흑인영화에서는 스파이크 리에게서 느껴지는 선동성이 배제된 대신 정의와 평등에 대한 시선을 사실적 묘사로 이끈다. 그것이 많은 법정 신과 2시간40여분이라는 긴 시간에도 불구,「아미스타드」를 역동적으로 느끼게 하는 힘이다.
1839년, 노예로 팔기 위해 아프리카 멘데족의 흑인들을 싣고 가던 아미스타드 호에서 선상반란이 일어난다. 반란의 리더인 싱케이(자이몬 혼수 분)와 흑인들은 항해술이 있는 선원 2명만을 남겨둔 채 모든 백인을 처참하게 살해한다. 이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두달에 걸친 이들의 항해는 결국 미국 함대에 의해 저지되고, 멘데족은 선원들을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갇힌다. 때마침 스페인에서는 미국과의 협정조약을 구실로 흑인노예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흑인 해방운동가인 테오도르 조드슨(모건 프리먼 분)은 변호사 로저 볼드윈(매튜 매커너히 분)과 함께 멘데족을 아프리카로 돌려보내기 위한 재판을 시작한다.
처음엔 그저 노예를 재산으로 취급, 부동산 관련 소송쯤으로 생각했던 볼드윈도 차츰 싱케이의 적극적인 대변자가 된다. 언어의 장벽을 뚫고 이들의 노력은 1차 심판을 「기적적인 승소」로 이끌지만 대통령 재선을 노린 마틴 반 뷰렌(나이젤 호손 분)은 남부인들의 반발을 우려, 대법원에 항소한다.
싸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전직 대통령이었던 존 퀸시 아담스는 법정 최후변론을 통해 미국의 건국이념과 정의와 평등의 메시지를 전하고 결국 멘데족에게 「귀향」이라는 선물을 전해준다.
이 영화는 대부분 사실을 기초로 하고 있지만 모건 프리만이 맡았던 테오도르 조드슨은 가공의 인물이다. 스필버그는 성공한 흑인 노예 폐지론자의 역할을 만들면서 결국 이 법정의 승리가 「흑인을 불쌍하게 여기는 백인의 승리가 아니냐」는 비난의 탈출구를 마련해 놓은 듯 하다. 또한 의도적으로 아프리카인들이 사용한 멘데어를 자막없이 상영했는데 이것은 관객들을 아미스타드 사건에 객관적으로 참여시키며 영화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잔츠 카민스키의 촬영과 자이몬 혼수의 열연은 좋은 영화가 화려한 기교나 스타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절감하게 한다.
<엄용주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