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CALS/EC 통한 구조조정

金恩

85년 독일 쾰른대학교 경영학 학사

89년 독일 쾰른대학교 경영학 석사

94년 독일 쾰른대학교 경영학 박사

94∼95년 3월 쌍용컴퓨터 SI기술기획실 차장

95년 4월∼현재 한국전산원 기술지원단 산업정보화전략팀장(책임연구원)

최근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핵심 쟁점사안으로 부각되는 것이 고용조정(정리해고), 재벌해체, 그리고 정부조직의 개편이다. 사실 구조조정 혹은 재편(Restructuring)의 문제는 어제 오늘 거론되기 시작된 주제가 아니다. 조직차원에서 효율성과 효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직분할」과 같은 단위기업의 구조재편은 이미 60년대부터 선진국에서 심도있게 거론돼 왔다. 「네트워크형 조직관리」와 같은 산업차원의 구조재편 및 기업간의 새로운 관계설정도 80년대 중반부터 집중적으로 논의돼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최근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이유는 1차적으로 금융위기 및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체제의 돌입에 있다.

우리가 현재 봉착하고 있는 금융위기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국내 금융기관이 저리의 단기외채를 차입, 국내외에서 장기대출에 활용한 데 기인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이 이러한 자금 활용방식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재벌기업의 도산 및 아시아 국가의 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증가와 함께 우리나라의 총체적인 외채상환 능력이 저하되면서 금융위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화폐금융경제 차원에서 볼 때 이러한 금융위기는 정부의 비정상적인 은행감독, 금융기관의 비자율적인 여신관리 및 비효율적인 조직운영으로 인한 우리 금융기관의 전반적인 취약성이 첫번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총체적인 금융위기에 봉착하게 된 보다 근본적, 구조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는 실물경제 차원에서 우리가 제공하는 상품의 경쟁력이 부진해 장기간 무역적자를 초래한 데 있다. 우리 기업은 장기간 정경유착과 정부의 시장보호정책으로 인해 경쟁에 익숙치 않으며 우리가 제공하는 저가의 상품은 후발 개발도상국에 비해, 고품질의 상품은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한 「어정쩡한 상태(Stuck in the Middle)」에 처한 지 이미 오래다.

정부에서는 현재 우리나라가 처하고 있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단기외채의 장기전환 및 무역적자 해소를 통한 국가 신용도 회복, 정리해고제 도입을 통한 외국투자자들의 국내투자 증대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현재 금융위기는 금융부문의 정상화 및 실물경제에서 국내 기업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통해 극복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특히 실물경제 차원에서 정리해고제 도입 및 재벌기업의 구조조정이 해결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재벌의 구조조정 및 정리해고제 도입과 더불어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한 적정규모의 경제성장을 포기하고 실업률 증가를 방관하는 것은 단편적인 해결방안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단편적인 위기관리 차원에서 단기적으로 국민의 소비 및 외국 소비재의 수입을 최대한 억제해 외채를 상환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고, 우리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통한 외국인의 국내투자 유치 혹은 금융기관의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통해 기업, 금융기관, 정부의 신용도 향상이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한 국가가 중장기적으로 안정된 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용, 물가, 경제성장, 국제수지 등과 같은 거시지표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제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따라서 단기적이긴 하나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하향조정과 실업률 증대 등은 국가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한다.

우리 기업은 대부분 장기간의 높은 성장률에 익숙해 있고 자본도입 및 설비투자가 성장지향적으로 운영돼 왔다. 또 우리나라와 같이 물적자원이 빈약한 나라에서는 인적자원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외환위기의 극복을 위한 IMF와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만큼이나 적정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며 국내 기업의 성장기조를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고용안정을 통한 전문인력의 배양은 현 시점에서도 국가경제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다.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운영방식은 문어발식 경영으로 대변된다. 다시 말해 「분산투자」, 즉 기업을 운영하면서 어느 한 분야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투자의 한 방안이다. 이익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경영방식을 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식투자에서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넣어 운반하지 않는 것과 같이 위험도와 수익률이 다른 주식에 선별적으로 분산해 투자함으로써 위험을 극소화하면서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안전한 투자방법이다. 우리 기업에 내재된 근본적인 문제는 분산투자 경영방식이 아니라는 데 있다. 대규모 차입경영 역시 활황시대에 수익성이 차입자금의 이자율보다 높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재 우리 기업이 단기적으로 봉착한 문제는 일차적으로 유동성 부족이긴 하지만 가장 원초적인 문제는 기업의 비생산적인 업무추진방식에 있다. 「업무처리절차 재설계(BPR)」를 추진하면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문제다. 이러한 업무처리 절차의 개선 역시 용이하지 않다. 우리 기업의 구조적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재벌그룹이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단순히 수평적 혹은 기술적, 경제적으로 상관관계가 없는 상품에 대한 확장투자에만 주력했고, 상품의 특성이나 생산, 기술적으로 상호 보완관계에 있는 「수직통합」 및 「핵심능력(Core Competence)」 향상을 위한 「수직분할」이 부진한 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수직분할」과 「협력」을 통한 경영방식의 장점은 대기업과 조직 특성상 혁신적이고 유연하지만 자금 및 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간 수평적인 협력을 통해 참여자 모두가 유연성 있는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넘어 「네트워크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독립적인 조직이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관련자 모두가 효익을 얻을 수 있는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협력이 아니다. 기업간의 관계는 혈연, 지연, 학연 등을 통해 형성돼 있고 업무는 대부분의 경우에 마치 주종관계처럼 처리된다. 이러한 관계설정 및 업무처리 방식은 근본적으로 효율성 및 효과성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 우리가 현재 직면한 IMF 지원체제는 오히려 우리가 정보기술(IT)을 적극 활용해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탈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최근 정보기술, 특히 EDI, EC, CALS 등과 같은 「기업간 정보시스템(Inter-Organizational Information System, IOS)」이 발달하면서 기업간 거래에 있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정보기술의 활용이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기업의 구조재편에 있어 구심점이 되며 이는 부분적으로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이용하면 쉽게 설명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거래비용이 높을 경우 한 기업내에서 중간 생산품으로부터 최종 상품까지 모두 생산하는 수직적인 통합방식이 단위기업의 수익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거래비용, 특히 정보수집비용, 물류비용 등을 포함한 기업간의 업무처리에 소요되는 비용인 「업무처리비용(Settlement Cost)」이 낮아지게 되면 각 기업은 「핵심능력」만을 보유하고 나머지 중간생산품은 외부에서 구매해 최종 상품을 고객의 취향에 맞도록 다양하게 생산하는 방식이 종적으로 연계된 산업 전체의 경쟁력 및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정보수집비용 및 조직간 거래에 수반되는 업무처리 비용이 감소해도 품질검사, 납품 및 대금지불확인 등과 같은 계약이행의 감독과 관련된 「통제비용」이 증가하면 수요, 공급자 모두 거래비용이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수요, 공급자 모두가 상품과 서비스의 교환에 소요되는 거래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통제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이러한 방법 중의 하나가 80년대 후반부터 거론되고 있는 CALS/EC 등과 같은 조직간 정보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부가가치제휴(Value Adding Partnership)」 「정보제휴(Information Partnership)」 「가상기업(Virtual Enterprise)」 「네트워크형 조직관리(Management of Network Organization)」 등과 같은 경영방식이다.

이러한 유형의 조직운영은 독립된 기업들이 상호이익을 근간으로 해 일정기간 동안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경영방식을 의미한다. 이 방식을 도입하기 위한 선행조건은 협력관계에 있는 모든 기업이 각자 전문성을 갖고 독자성을 유지하며 CALS/EC를 기반으로 한 수평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체제유지를 위해서는 단위기업의 고용조정 차원에서 보면 기업내부의 업무처리 절차의 재설계를 통한 기업내부의 효율성을 증대하고 이를 통해 생성되는 유휴인력은 재교육으로 인력의 전문화 및 창의력 향상을 기해야하며 이 과정에서 자체 수행업무의 범위가 재조정돼야 한다.

기업의 구조재편 차원에서 보면 종적으로 상호연계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연계부가가치창출체계(Value System)」에서 각 조직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수직분할 및 조직간의 긴밀한 협력과 동시에 CALS/EC를 이용한 「조직간 업무처리절차 재설계(Inter-Organizational BPR)」를 통해 연계부가가치창출체계의 총체적인 효율성과 효과성의 극대화가 추진돼야 한다.

CALS/EC를 기반으로 한 가상기업, 네트워크형 조직관리 등과 같은 유형의 경영관리방식을 통한 「네트워크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사회 전반적인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가나 사회 전체 차원에서 거래비용을 기초로 보면 계약이전의 단계에서 사회 전반적인 「정보(이용)의 효율성(Information Efficiency)」을 높일 수 있는 투명한 정보교환체계가 조성돼야 한다. 계약 이후의 단계에서는 계약이행과 관련 물류비용은 물론 통제비용 역시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적인 「신뢰도」가 증진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술적으로 EDI, EC, CALS 등과 같이 정보수집 및 업무처리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업무처리방식, 기술표준, 통신기반 등의 「기능 및 기술기반」, 사회적으로는 국가, 사회 전반적으로 신뢰도를 향상시켜 통제비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관습을 포함하여 법, 제도적인 「조직 및 사회기반」의 조성이 시급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경제활동에 대한 의사결정은 수요, 공급자의 활동에 기반을 둔 시장의 자율적인 기능에 맞기고 행정적인 규제는 단지 시장에서 공정한 규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방향만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