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디지털 "안방극장" TV혁명은 시작됐다 (3)

디지털 TV의 상품화가 본격 추진되는 올해에는 관련산업계 입장에서 볼 때 이정표를 남길만한 한 해가 될 것음은 틀림없다. 이와 함께 디지털 TV를 생산할 가전업계 물론 핵심칩세트 메이커를 중심으로한 부품업계 와 유통업계 등 관련업계에서는 이 분야 시장 전망을 놓고 나름대로 분석작업이 한창이다. 국내 가전업체 역시 국내에서 당장 디지털 TV의 수요가 발생되는 것은 아니지만 올 하반기부터 미국시장을 시작으로 해외시장 선점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어 이 분야 시장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 4/4분기부터 디지털 방송이 시작되는 미국의 경우 디지털 TV가 차세대 유망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적인 수요증가에 대한 예상은 비관론이 다소 우세하다.

첫째 일반소비자들에게 디지털 TV의 인지도가 40%에 불과한 반면 초기 소비자 가격이 너무나도 비싸다는 것이다. 지난달 라스베이가스 동계가전쇼(CES)에는 10여개사가 디지털 TV를 선보였는데 올 하반기 예상가격은 고선명(HD)급이 대당 5천∼1만달러에 달했다.이러한 가격대는 미국에서도 고가제품에 속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프로젝션TV가 평균 2천5백달러인점을 감안할 때 디지털 TV가 최소한 2배 이상 비싸다는 점이다.

또 기존 아날로그 TV와 연결해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세트톱박스도 대당 7백∼1천달러선으로 예상가격이 책정 되었다. 이러한 가격대는 세트톱 박스가 활발히 보급되기 위해선 대당 3백∼5백달러가 적절하다는 방송계의 희망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두번째는 방송국의 디지털 방송시스템 구축이 완료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디지털 TV를 구입하더라도 볼만한 프로그램이 별로 없다는 것과 프로그램의 완성도 역시 낮을 수 밖에 없는 인프라 차원의 문제다. ABC, NBC 등 미국의 주요 4대 방송국이 올 11월부터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개시하지만 방송시간은 프라임타임을 중심으로 하루에 3∼4시간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디지털 방송을 곧바로 녹화할 수 있는 디지털 VCR나 DVDR이 빨라야 오는 99년 이후쯤 본격적으로 상품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디지털 TV를 조기에 보급시키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가전 및 전자유통업체들은 향후 수년동안 디지털 TV의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대기수요만을 늘려놓은 채 기존의 아날로그 TV수요 마져 얼어붙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가전업체들의 디지털 TV보급은 양극화 전략으로 진행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존의 아날로그와 확실히 구분되는 HD급을 구매력이 높은 초기수용자(Early Adaptor)에게 선보여 디지털TV의 인지도를 높임과 동시에 가격부담이 적은 세트톱박스를 적극적으로 공급해 디지털 케이블이나 디지털 위성방송이 더 이상 확산되기전에 최대한 빨리 보급률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세트톱박스는 칩세트 가격만 떨어지면 소비자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어 과도기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지난 50년대 RCA가 개발한 컬러 TV가 미국에서 대중화되는데 20년이 걸린 사실과 견주어 디지털TV 역시 세트톱박스를 시작으로 SD급을 거쳐 HD급이 주력품목으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최소한 10년은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TV 수신카드를 장착한 멀티미디어PC나 DVD플레이어 결합형 디지털 TV, 30인치 대형모니터를 장착한 PCTV 등 다양한 과도기 상품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