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역사 새로 쓸 3D 애니메이션 "아크" 99년 하반기 첫선

지금 홍익대 근처에 위치한 조그만 빌딩 지하작업실에서 한국 영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엄청난 일이 꾸며지고 있다. 김범주(29), 박병주(28), 김수현(27)씨를 주축으로 홍대 선후배 사이인 20대 젊은이들이 「토이 스토리」에 버금가는 극장용 장편 3D 애니메이션 영화를 국내 처음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꿈을 품고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재학시절 컴퓨터그래픽 프로덕션인 46프로덕션을 설립해 CF, 드라마용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온 이들이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디지털 영화에 눈을 돌린 것은 지난해 봄.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제대로 된 국산 3D 애니메이션 영화 한편을 만들기 위해 이들은 1년여 동안 각자 역할분담을 통해 시놉시스를 짜고 캐릭터를 만글면서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디지털 영화제작의 꿈을 한단계씩 현실화시켜왔다.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제 10억여원의 제작비를 지원할 제작자를 찾는 일만 남았습니다.』

불과 2주간의 작업 만에 완성한 2분30초짜리 3D 애니메이션 「아크」가 지난해말 열렸던 97대한민국 멀티미디어 콘텐츠산업화 대전에서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으면서 대상을 수상한 탓인지 캐릭터 디자인을 맡고 있는 박병주씨의 말엔 자신감이 가득차 있다.

『자본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애니메이션분야는 미국과 일본에 크게 뒤져 있지만 이제 시작단계인 3D 애니메이션의 경우 아이디어와 장비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선진국과의 격차가 거의 없습니다.』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이번 프로젝트에서 메카닉모델링을 맡고 있는 김수현씨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70분짜리 극장용 풀 3D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작업이 그다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한다.

『세계 최초의 극장용 3D 애니메이션인 「토이 스토리」는 3년간 3천5백만달러의 제작비와 연인원 4백명이 투입돼 제작됐지만 우리가 기획중인 「아크」의 경우 10억원의 제작비와 20여명의 스태프만 있으면 늦어도 1년6개월 만에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습니다.』

토이스토리가 제작됐던 3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제작장비의 기술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진데다 핵심장비 가격마저 대폭 낮아져 아이디어만 있으면 적은 제작비와 인원만으로도 충분히 3D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게 3인방 중 맏형격인 김범주씨의 설명이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국내 최초의 극장용 3D 애니메이션의 제작여부는 제작비 확보에 달려있는 셈이다.

『제작자로 나서겠다는 사람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이 작업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투기성 자본을 될 수 있으면 배제할 생각입니다.』

이들은 우리나라 영상산업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이번 작업에 벤처투자가들이 적극 참여해주길 바라고 있다. 지금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영화제작을 지원해줄 투자가가 선뜻 나서지 않고 있지만 현재 막바지 작업중인 예고편격인 데모2가 완성되면 전문 매니지먼트를 영입해 투자가를 적극 찾아나설 예정이다.

『3D 애니메이션은 기존 만화영화 제작에 비해 위험부담이 적은 대신 시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모든 작업이 컴퓨터로 이뤄지기 때문에 영화제작 과정에서의 수정이 간편해 제작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데다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를 그대로 활용, 방송용 만화영화나 게임타이틀로 쉽게 컨버전할 수 있어 여러가지 부대사업의 병행추진이 가능해 그만큼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그렇지만 이들 3인방은 다른 부대사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제작자만 나타나면 오로지 디지털 영화제작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나머지 부대사업은 투자가들에게 넘길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이들이 기획중인 3D 애니메이션영화 「아크」는 어여쁜 캐릭터와 거대한 로봇이 등장하는 SF 미래공상과학영화로 스토리가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영화의 재미를 고루 갖추고 있어 극장에서 상영될 경우 한국 영화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