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PC는 들고 다니기 너무 무겁고 크다. 손에 들고 다니기 쉽고 주머니속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컴퓨터는 없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답하고 있는 컴퓨터가 바로 요즘 부상하고 있는 모빌컴퓨터다. 아직 그 기능이 노트북PC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보조컴퓨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모빌컴퓨터는 무선통신과 결합해 움직이는 정보통신기기로 급부상하고 있다.
모빌컴퓨터시장은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돼 오면서 스리콤과 US로보틱스의 「파이럿」이 주도해 왔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이에 대적해 새로운 운용체계(OS)인 「윈도CE」로 단말기업체들을 규합하면서 첨예한 경쟁양상을 빚기 시작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올 3, Mbps분기중에 내놓을 윈도CE 3.0 버전의 모빌컴퓨터(코드명 쥬피터)는 노트북PC마저 위협할 수 있는 상품으로 주목되고 있다.
지금까지 윈도CE를 기반으로 등장한 모빌컴퓨터는 핸드PC(HPC)와 팜PC가 대표적이다. 지난 96년 가을 윈도CE 1.0 OS를 탑재한 HPC가 등장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윈도CE 2.0 OS를 탑재한 2세대 HPC가 나와 모빌컴퓨터시장의 주도권 장악에 나서고 있다.
HPC가 처음 등장할 때에는 8개 업체가 가세해 단말기를 내놓았는데 2세대 HPC는 우리나라의 LG전자를 비롯해 휴렛팩커드(HP), 컴팩컴퓨터, 카시오, 히타치제작소, NEC, 필립스, 샤프, 노바텔, 에릭슨 등 전세계적으로 10개 컴퓨터업체가 뛰어들었다.
LG전자의 경우 이달 중순에 윈도CE 2.0을 탑재한 2세대 HPC 3천대(3백만달러)를 미국시장에 수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4월에는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시장에도 수출할 예정으로 있는 등 HPC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특히 이 회사는 미국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미국사정에 밝은 현지인 세일즈 전문가들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서부, 동부, 중부 등 3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별 마케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 뿐만 아니라 구자홍 LG전자 사장까지 직접 나서 대형 PC업체 최고경영진과 정례 미팅을 갖는 등 거래선 관리에 가세, HPC와 함께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의 수출을 활성화시킨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또 일본어판과 한국어판 HPC를 올 상반기중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윈도CE 2.0기반의 2세대 HPC는 제품크기가 PDA와 노트북PC의 중간이면서 키보드 입력이 가능해 데스크톱PC와 연결한 재작업은 물론 노트북PC처럼 멀티화면으로 연결해 프레젠테이션 할 수 있으며 유무선 송수신기능 등을 갖추고 있는데 출력기능을 강조, 보험설계사, 세일즈맨 등을 주수요층으로 삼고 있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컨슈머일렉트로닉스쇼(CES)에선 윈도CE 2.0 기반의 HPC규격 중 하나인 지갑형 팜PC(코드명 그리폰)도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이 팜PC는 제품 크기가 HPC보다 작고 가격도 대당 2백50∼4백달러선으로 크기와 가격면에서 PDA와 비슷한 수준이면서 일반 PC및 MS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호환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초소형 모빌컴퓨터시장을 선점해갈 태세다.
현재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대만의 파맥스와 FI, 그리고 카시오계산기, 필립스, 유니덴 등이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완성된 코드(RTM)를 받아 상품화를 추진중인데 이르면 오는 4월부터 시판될 예정이다.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작은 이 팜PC는 워드(Word)와 엑셀(Excell)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지만 일반 PC 및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호환되며페이저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하반기중 「쥬피터」가 등장하면 윈도CE OS를 기반으로 한 모빌컴퓨터의 기세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가 쥬피터 프로젝트로 개발중인 윈도CE 3.0을 탑재하는 이 단말기는 우리나라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세해 개발을 추진중이다.
쥬피터는 데스크톱PC나 노트북 및 서브노트북PC처럼 완벽한 개인용 컴퓨터는 아니지만 일반PC와 같은 6백40×4백80의 해상도를 갖추고 있으며 명령어 축약형 컴퓨팅(RISC) 프로세서와 16MB램 및 롬을 장착할 수 있는, 노트북PC와 HPC의 중간형태 제품이다. 즉 이제까지 모빌컴퓨터 중 PC에 가장 가까운 성능을 지녔으며 빠른 부팅과 터치 스크린, 트랙볼 등을 지원하는 기능을 갖는 데다 배터리 수명도 8∼15시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이다. 특히 가격이 대당 1천∼1천5백달러선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노트북PC를 대체하는 강력한 모빌컴퓨터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아직은 전자수첩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PDA도 모빌컴퓨터시장에서 나름대로 한 몫을 해낼 수 있는 제품으로 꼽힌다. 왜냐하면 PDA는 컴퓨터기능을 갖고 있으면서 통신단말기로도 한 영역을 차지할 제품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현재 LG전자와 삼성전자가 PDA를 내놓고 나름대로 시장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은 시장을 활성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단계다.
또 PDA에 무선통신 기능을 강화한 스마트폰의 경우 현재 스웨덴 노키아가 범유럽 디지털 이동전화 방식(GSM)의 제품으로 시장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이어 삼성전자가 오는 3월부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셀룰러 방식의 제품(인포모빌)을 미국시장에 판매할 예정이다.
LG전자도 오는 1.4분기중에 이 스마트폰을 개발 출시할 계획이다.삼성전자의 경우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윈도CE OS만을 공급(임베디드 시스템)받아 독자적으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셀룰러 방식의 통신기능을 결합한 스마트폰(인포모빌)을 개발, 최근 미국에서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토PC도 자동차용으로 제한되기는 하지만 향후 모빌컴퓨터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일조할 수있는 제품으로 꼽히고 있다. 올초에 선보인 오토PC 1.0버전으로는 카네비게이션 등에 대응할 수 없지만 하반기중에 오토PC 1.5 OS가 개발되면 상품화가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현재 국내에선 삼성전자, 대우통신, 현대전자 등 자동차관련 3사가 오토PC 1.5버전의 상품화 개발을 추진중어서 이르면 8월경 제품이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팜PC의 기능에다 통신기능을 결합시킨 윈도CE기반의 OS와 쉘(Shell) 및 애플리케이션(코드명 카이메라)을 개발중이어서 컴퓨터와 통신이 결합된 모빌컴퓨터(스마트폰)로 승화될 전망이다.
이렇듯 모빌컴퓨터는 앞으로 스스로의 특성을 무기로 어디까지 작아지면서 컴퓨터의 기능을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구매층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확연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