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MF시대에 맞는 연구개발 체제

올해 우리나라 전자, 정보통신업계의 연구개발이 전반적인 경기침제를 반영, 당초 예상보다 크게 부진할 것이라는 조사보고서가 최근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최근 통산부가 삼성전자 등 21개 대기업과 9개 기술집약형 중소기업 등 3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개발 투자동향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83%가 IMF체제 하의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올해의 투자목표를 당초보다 18%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에 산업기술진흥협회가 조사한 올해 연구개발 투자동향에서도 전자, 정보통신업계의 연구개발 투자비가 3조2천1백97억원으로 전체투자액의 약 50%를 차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투자증가율에 있어서는 전자, 통신장비가 16.3%, 정보가 10.7% 등으로 조립금속업 23.6%, 1차금속업 22.3%, 비금속광물 13.4% 등 여타 업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증가율 수준은 지난해 초 산기협이 조사한 예상투자 증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특히 자본재 수입이 많은 연구개발 투자에 있어서 환율상승을 감안하면 올해 기업들의 연구개발투자는 사실상 지난해보다 축소될 전망이다.

특히 전자, 정보통신분야의 연구개발비 축소나 투자증가율 둔화현상은 앞으로 이 분야의 연구개발 분위기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제까지 국내 전자, 정보통신분야의 연구개발은 투자비나 투자여건 등 열악한 상황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기초, 기반기술이 전무한 분야에선 막대한 특허료를 지불하고 기술개발경쟁에 뛰어들었고 선진국에 의해 주도되는 표준화 경쟁에서도 정확한 시장 예측을 통한 장기발전전략을 추진,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이제까지 쌓아온 우리의 기술 수준이 세계기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길도 멀고 해야 할 일도 산적한 실정이다. 오히려 한층 치열하게 전개되는 세계 첨단기술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연구의욕을 높이고 이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할 시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연구개발 의욕을 저하시키는 분위기가 비단 수치상으로 나타난 연구개발비 증가율 둔화현상과 함께 여기저기서 분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정사업에 대한 특혜시비를 가리고 연구개발분야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일도 현안이지만 어떤 방안으로 연구개발 투자의욕을 부추키고 연구분위기를 조성하느냐 하는 것도 시급한 현안과제다.

전자, 정보통신분야를 둘러싼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정보사회의 진입을 앞두고 선진국들의 첨단기술 장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과정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영원한 기술종속국으로 전락할 위기감마저 팽배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IMF체제 하에서 전자, 정보산업도 급속한 환경변화에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첨단산업분야에서 상당적으로 경쟁력 우위를 지닌 선진국들의 시장개방압력은 우리의 대응이 취약한 틈새를이용해 무차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복투자나 한계사업 정리 등 과거 투자사업에 대한 거품을 빼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같은 사안에만 안주한다면 우리에게 세계 정보산업을 주도하는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될 것은 자명하다.

일부 분석가들은 전자, 정보통신분야의 경우 연구개발 투자액이나 설비투자 증가세로 볼 때 아직까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일선 연구원들이 피부로 느끼는 연구의욕 저하에 따른 체감지수는 갈수록 악화되는 있는 상황이다.

전자,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는 이제까지 의욕적으로 추진해 나름대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지녀야 한다. 연구개발과 여기서의 성과물을 토대로 한 제품 양상과 다양한 상용서비스 제공을 계기로 이 분야 산업의 규모와 경쟁력에서 우리의 입지를 세우는데 한 몫을 톡톡히 한 것이 사실이며 앞으로도 우리의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전자, 정보통신산업의 틀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상황에 직면하지 않기 위한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연구개발체제를 갖추려는 분위기 조성과 노력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