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가산전자 인수 美컴업체, 경영정상화 "안개속"

「AST 매각설」과 「맥스터 흑자전환」, 그리고 「재즈멀티미디어의 향배」.

AST리서치(삼성전자) 맥스터(현대전자) 재즈멀티미디어(가산전자)등 국내기업에 의해 인수된 미국 컴퓨터 하드웨어 관련업체들의 경영정상화 여부에 대한 컴퓨터업계의 이목이 최근 집중되고 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해외투자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의 사업실적이 전자업계의 해외경영 및 투자진출과 관련한 사업 재정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먼저 AST사의 경우를 보면 삼성전자가 지분 40.25%를 확보하면서 투입된 3억8천만달러를 포함해 총 4억7천7백만달러를 쏟아부은 이 회사는 언제쯤 적자경영에서 벗어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장조사전문업체인 IDC의 분석에 따르면 AST의 PC판매량은 지난해 3, 4분기중에 15만3천여대로 전년동기(30여만대)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경영적자도 지난해 1, 4분기중에만 1억1천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좀처럼 흑자로 반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말에는 1천여명이 넘는 AST인력을 감원키로 한 데 이어 최근에는 삼성전자가AST로부터 손을 떼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설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부 강호문 전무는 『사업부 차원에서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해 최고경영진에서 AST문제를 놓고 고심중임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컴퓨터사업부내 또 다른 관계자도 『AST가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부로 이관됐지만 워낙 미묘한 문제여서 AST에 대한 정책을 밝히기가 곤란하다』고 말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AST 인수문제는 지난 95년 2월 삼성전자가 지분참여를 통해 AST의 대주주로 부상할 때부터 안팎으로 논란이 많았다. 주당 16달러에 불과한 AST주식을 21달러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지분참여한 것에서부터 막대한 자금투입, 경영참여 문제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불안하게 출발했기 때문이다. 당시 회사내 실무분석 결과로는 「인수불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윗선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도 불안한 출발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대전자가 인수한 미국 맥스터사는 어떤가. 최근 현대전자는 이례적으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제조업체인 맥스터사가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 4분기중에 매출액 5억1백90만달러에 순익 2천3백10만달러를 기록해 지난 93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맥스터는 신제품이 적기에 출시함으로써 대형 PC 제조업체로부터 주문량이 쇄도하는 등 시장진입에 성공해 대부분의 HDD업체들이 마이너스 신장세를 보이는 동안 흑자를 실현했다고 현대전자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맥스터의 시장점유율도 지난 96년 6.5%에서 지난해 4, 4분기에는 12%로 크게 높아졌으며 컴팩컴퓨터, IBM, 델컴퓨터 등 대형 PC제조업체들에 대한매출비중도 35%에서 70%로 대폭 확대됐다고 상세히 밝혔다.

현대전자는 올해도 맥스터의 흑자기조 유지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경영정상화가 본궤도에 오른것으로 자평하고 있다.그동안의 주요 경영진 보강과 사업구조 정비, 인력감축, 주력제품에 대한연구인력 보강 등 경영개선 노력이 결실을 맺음으로써 올해에도 다른 업체보다 한두달 앞서곧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IDC를 비롯한 몇몇 시장조사기관에서도 맥스터의 성장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맥스터가 1분기 동안 흑자를 실현했다 해서 경영정상화에 올라섰다고 속단하기는 이른것 같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반적으로 3분기 동안의 경영실적이 계속 호조를 보여야 비로소 경영정상화 여부를 말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맥스터의 경영정상화에 대한 판단은 올 상반기가 지나봐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멀티미디어 주변기기 전문업체인 가산전자가 지난해 3월에 인수한 미국 재즈멀티미디어사는 앞으로의 향배를 점치기가 불확실한 경우다. 가산전자는 세계적인 멀티미디어업체인 재즈멀티미디어를 통해서 미국, 일본 등 해외시장 공략에 불을 붙이고 재즈의 경영도 정상화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으나 후자의 경우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산전자의 수출이 전년보다 무려 9배 정도 증가한 약 9백만달러를 달성한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재즈멀티미디어 덕택이라는 점에 비추어볼 때 전자의 경우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작 재즈멀티미디어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마케팅 강화 등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이것이 여의치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IMF 지원체제로 들어서면서 중소기업이 해외에 자금를 투자하기가 아주 어려운 실정이라고 가산전자측은 말하고 있다.

<이윤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