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으면서시작된 경제한파가 혼수용 가전시장에도 찬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일선 가전대리점들은 매년 40만쌍정도의 신혼 부부가 탄생하고 이들이 구매하는 혼수 가전 수요가 IMF시대에도 어느정도 판매를 이끌어 갈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구매 규모가 줄어 들고 해약하는 사례도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수요가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줄어 들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까지만해도 혼수용 가전은 29인치 컬러TV, 5백 L급 냉장고 , 10kg급 이상 세탁기, 가스오븐레인지, 등 대형 제품이 주류를 이뤘고 동급제품 가운데에서도 최고급 사양의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따라서 신혼부부 한쌍의 혼수 가전제품 구매액도 4백만원대가 대부분이었고 웬만하면 5백만원대도 넘어섰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이후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구매 사양이 크게 낮아졌다. 25인치 이하 TV, 4백L대 냉장고, 가스레인지 등으로 떨어졌다. 특히 동급 모델 가운데에서도 기본기능에 충실한 중저가 모델을 찾고 있다. 금액으로는 20% 이상 떨어져 3백만원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구매가격대가 떨어지는 것은 그래도 다행이다. 혼수 구매 발길이 눈에 보이게 줄어든 것이 대리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대형 대리점인 삼성전자 청담동 N대리점의 경우 지난해 2월 하루 5~6건 정도 상담이 들어왔고 이가운데 한두껀 정도 실적으로 연결돼 50건 정도의 혼수 수요를 확보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하루 1~2건의 상담이 크게 줄었다. 실 구매의 경우 15일 현재 5건 정도에 불과해 월말까지 10건을 넘기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우이동 W대리점은 조금 나은편이지만 사정은 크게 다르지않다. 판매 규모가 월 1억원 미만인 이 대리점은 지난해 2월의 경우 하루 한건 정도의 혼수 구매 상담이 이뤄져 10건 정도 혼수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는 상담이 들어오지않는 날이 대부분이어서 15일 현재 판매실적도 2건에 그치고 있다. 이 대리점은 월말까지 4~5건 정도 수주하면 많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혼수용 가전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결혼에 맞춰 예약해놓은 혼수를 해약하는 것이다. 예식을 연기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 더러는 파혼으로 해약하는 경우도 있다. 『예년에는 거의 없던 해약이 이달 들어서만 3~4건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는 예비신랑이 직장을 잃어 결혼 자체가 취소된 것도 있어 마음을 아프게한다.』 성남시 분당 LG 하이프라자 관계자의 말이다.
<박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