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속에서도 디지털 신호처리칩(DSP) 분야는 불황을 모르는 분야로 꼽힌다.
DSP는 범용 프로세서의 아키텍처를 대폭 개량해 수학적 연산을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전용 프로세서. 따라서 일반적으로 범용 제품에 비해 컴팩트화되고 가격이 싼 것이 특징이다.
이같은 특징을 지닌 DSP는 디지털 휴대폰, 모뎀, 디스크 드라이브 컨트롤러, 다기능 디지털 디스크(DVD), 오디오, 비디오 처리장치 등 각종 전자기기에 두루 사용되기 때문에 상당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매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최근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부으면서 DSP 사업을 핵심사업화하고 있다.
현재 이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는 텍서스 인스트루먼츠(TI), 루슨트 테크놀로지스, 모토롤러 등 대부분 미국 기업들.
이들은 DSP 분야중에서도 특히 프로그램 가능 DSP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시장규모가 30억달러에 달한 이 시장의 연간 성장률이 30%를 상화할 정도로 매우 높다는 것이 그 이유다.
미국의 시장조사 회사인 인스타트에 따르면 이중 프로그램 가능 DSP는 오는 2천1년 90억달러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DSP는 이외에도 범용 DSP, 고정 소수점(fixedpoint) DSP, 특정 용도 DSP 등으로 구분되며 DSP 코어와 메모리 및 로직 등을 통합한 제품도 개발되고 있다. DSP는 그러나 최근들어 단일 칩으로 사용되기보다 다른 칩의 컴포넌트로 사용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정확한 시장 규모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세계 최대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업체인 인텔은 DSP 기능을 MMX 기술 등을 통해 자사 제품에 통합해 가고 있다.
DSP의 사용처도 무선통신 분야에서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가전기기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이에 힘입어 DSP 및 관련 칩 시장의 총 규모도 지난해 90억달러이하에서 향후 10년내 5백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TI의 톰 엔지보스 최고경영자는 이와 관련, 『실시간 처리 능력이 앞으로 DSP칩 시장 성장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는 프로그램이 가능한 디지털 신호처리 솔루션에 의해 개선돼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DSP가 「실시간 디지털 혁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란 전망을 담고 있다.
데이터퀘스트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DSP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업체는 프로그램 가능 DSP 시장에서 45%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반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TI.
이 회사는 1백명 이상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두고 새로운 DSP 알고리듬을 연구하고 있으며 2천5백만달러의 벤처 자금을 조성,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신생 업체에 투자하는 등 이 분야 사업기반을 강화하는 데 심혈을 쏟고 있다.
TI는 이와 관련, DSP 기술의 발전 방향은 궁극적으로 DSP 코어와 여러가지 다른 칩 기능을 하나의 칩에 통합한 「시스템온칩」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루슨트, 모토롤러, 내셔널 세미컨덕터, LSI 로직 등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다른 업체들 또한 이 점에서 견해를 같이 하고 있으며 그 결과 최근 들어 이 분야 주요 업체들이 앞다퉈 시스템온칩 개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시스템온칩은 그러나 단일 기능의 칩을 개발하는 것에 비해 설계나 테스트 공정 등 모든 면에서 복잡하고 까다로와 개발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따라서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단일 업체의 기술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여러 업체들의 우수한 기술과 경험을 공유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제휴를 활발히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통해 앞으로 DSP와 마이크로프로세서, 메모리, 로직 등을 단일칩으로 통합한 저렴한 가격의 제품이 개발된다면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디지털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