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업용 로봇 생산 및 출하 실적이 90년대 들어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가 집계한 「97년 산업용 로봇 생산 및 출하동향」에 따르면 기아중공업, 대우중공업, 두산기계, 삼성전자, 삼성항공, LG산전, 현대중공업 등 7대 산업용 로봇 생산업체들의 지난해 로봇 생산액은 총 1천1백78억1천1백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20.2% 포인트나 감소했다.
또 이 기간 동안 출하는 9백84억1천7백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 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집계돼 산업용 로봇 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속한 발전과 3D 업종 기피현상으로 96년 생산실적이 지난 90년보다 5배 가량 증가한 1천4백76억6천6백만원을 기록하는 등 산업용 로봇 산업은 90년대 들어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적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업계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매우 심각한 형편이다.
이처럼 지난해 산업용 로봇 업체들의 생산 및 출하가 극심한 부진을 보인 것은 한보, 삼미, 기아 등 대기업의 연쇄부도 및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데다 영세 업체들이 사용할 수 있을만한 저가형 제품 등 수요를 창출할 만한 신제품 개발이 매우 부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모든 산업용 로봇 업체들이 일본 등 선진 외국업체와의 기술제휴 및 판매제휴로 컨트롤러와 서보모터 등 핵심부품을 수입, 국내에서 단순 조립 생산하는 등 핵심기술 축적이 매우 미미해 수출 실적이 사실상 전무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산업용 로봇 생산실적을 용도별로 보면 이 기간 중 도장용 로봇은 전년 대비 52.6% 포인트 감소한 29억7천9백만원, 조립용 로봇은 42.3% 포인트 감소한 1백억5천4백만원, 가장 수요가 많은 스폿 용접 로봇은 41.2% 포인트 감소한 3백93억9천9백만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핸들링 로봇과 아크용접 로봇, 기타 로봇은 17.7% 포인트, 12.4% 포인트, 13.4% 포인트씩 증가한 2백76억5백만원, 1백97억4천만원, 1백80억3천4백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출하실적 역시 스폿용접 로봇, 도장용 로봇, 조립용 로봇이 전년 대비 각각 55.4% 포인트, 47.2% 포인트, 42.3% 포인트씩 감소했으며 핸들링 로봇과 아크용접 로봇, 기타 로봇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산업용 로봇 경기 전망은 주 수요처인 자동차 산업 경기가 최악인 데다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도 바닥권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보다 더욱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 안목에서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여 수익률 개선 및 수출 기반 조성과 계열사간 블록화 극복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고 단기적으로는 수요자들의 가격 부담을 줄여 나가기 위한 저가 보급형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