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지난 해 5월 사용검사만 해오던 교통안전공단을 정기검사 대행기관으로 지정한데 이어 이번에 한국주차설비협회를 추가로 지정함에 따라 기계식 주차설비 사용 및 정기검사 대행기관은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교통안전공단, 주차설비협회 등 3개 기관으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주차설비 제조업체들은 『검사기관이 많아 독점을 막을 수 있고 서비스의 향상도 기대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기존 검사기관들은 검사기관 추가지정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특히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과 교통안전공단은 건교부의 이번 조치가 현실을 무시한 졸속행정이라고 공박한다.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크게 세가지. 첫째는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계식 주차설비에 대한 사용검사는 4천여기 정도에 불과했는데 지난해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건축경기를 감안하면 사용검사 물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기존 검사기관들은 『이미 있는 2개도 물량이 줄어들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와관련, 건교부와 주차설비협회측은 올해는 그렇다 치더라도 경기가 좋아지면 장기적으로 사용검사 신청건수가 늘어날 것이고 정기검사 물량도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므로 물량확보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두번째는 제조업체 단체가 검사업무를 수행하는데서 생길수 있는 객관성의 결여에 대한 우려다. 기존 검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체의 기술인력이 우수하고 정확한 검사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제조업체들이 출원해 설립한 승강기관리원의 경우 제조업체들의 입김을 배제하기 위해 법정기관화한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의 경우』라고 밝혔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술이 가장 좋은 제조업체야말로 검사업무를 수행하는데 가장 적격』이라며 『검사를 잘 못 수행하면 법에 의해 엄격한 처벌을 받게 돼 있어 느슨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검사기관들이 우려하는 세번째 문제는 검사업무의 부실화다. 검사기관이 3개로 늘어남에 따라 건축주 입장에서는 합격률이 높은 검사기관을 선호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검사의 부실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한국입체주차설비공업협동조합도 검사기관 지정신청을 검토중인데, 향후 조합도 동참할 경우 검사업무가 주차설비협회와 주차조합으로 집중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기존 검사기관들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주차설비협회측은 『검사인력을 경력자 위주로 채용하고 관련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는 등 객관성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