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가에서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컴퓨터 및 부품매장들이 늘고 있다.
IMF체제 이후 용산전자상가 등 관련유통업계의 인원감축이 본격화하면서 전자상가내 소형 점포 풍경이 바뀌고 있다. 매출격감으로 그동안 고용했던 점원을 대부분 해고하고 그 빈자리를 부인으로 대체하고 있다. 별도의 인건비를 들이지 않고 점원 한명을 채용하는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 부품유통 업체의 경우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상담 등 전문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남편 사장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따라서 대부분 전화응대나 손님접대, 단순 회계업무에 그치고 있다. 채용한 지 얼마되지 않아 업무효율이 따라주지 않아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이 그들의 변이다.
전자랜드 광장층에서 부품유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 사장은 『수시로 걸려오는 업무내용에 대한 질문에 짜증도 나지만 남편을 도운다는 뜻을 생각해보면 역시 고마운 일이 아니겠느냐』며 『아이들 뒷바라지와 남편의 업무내조까지 같이 하는 부인이 안쓰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남편 사장들 입장에서는 우선 월급이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 큰 위안이 아닐 수 없다. IMF시대에 비용절감 이상 중요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또 섬세한 성격으로 대부분 도시락까지 싸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 부부애를 돈독히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여기에 부인으로서는 남편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나진상가에서 조립 PC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P컴퓨터의 사장은 『매일 아침 아내와 같이 출근해 하루 종일 일하다 보면 여태껏 보지 못한 새로운 면모를 보는 것 같아 재미있고 신비롭기까지 하다』며 『IMF시대의 고육지책이 가장 가까운 부부사이를 한층 가깝게 한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일부 아내사원(?)을 채용한 업체의 남편 사장들은 『경기가 풀려 경영상황이 다소 호전되더라도 계속 채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혀 IMF가 낳은 신풍속도 「부부매장화」는 앞으로 지속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