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가 결국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애지중지하던」 심비오스사를 매각키로 결정한 것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자금난이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볼수 있다. 특히 이번 심비오스 매각은 지난달 화합물반도체 전문업체인 오디움사 매각방침 발표에 이은 것으로 주력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생존을 위해 현금화가 가능한 모든 부문을 미련없이 정리하겠다는 고육책으로 분석된다.
심비오스는 현대가 인수한 지 2년전인 지난 96년 5억3천만달러의 매출에 3천6백만달러의 순이익을 냈고 지난해에는 매출 6억2천만달러, 순이익 6천9백만달러가 예상될 만큼 탄탄한 업체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매각결정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그룹 상층부에서조차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있을 만큼 한국업체의 대표적인 해외 M&A 성공사례로 꼽히던 심비오스를 급작스럽게 매각키로 한 배경은 무엇보다 주력사업인 D램분야의 극심한 불황 때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우선 64MD램의 양산 시점이 경쟁사에 비해 크게 늦어지면서 현금 회수가 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공장의 설비 도입이 시급하고 당초 올해 상반기에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던 미국 오레곤주 유진의 D램 공장이 자금난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등 엄청난 자금압박을 받아왔다는 분석이다.
매출액의 1.5배 내지는 2배의 금액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유망업체 매각 금액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7억7천5백만달러라는 비교적 헐값(?)에 심비오스로직의 매각금액이 결정된 것도 이같은 급박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지난해 말부터 각 언론에서 불거져나온 이른바 빅딜의 대상으로 현대의 반도체 사업이 집중 거론되면서 현금 흐름이 더욱 경색됐던 것도 심비오스를 급매물 시장에 내놓게된 또다른 원인이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대전자측은 이번 심비오스 매각이 단순한 현금 마련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영환 사장은 『심비오스의 주력 품목이 국내외의 메모리 사업과 유사한 생산라인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 집중돼 있어 메모리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심비오스 매각이 비메모리 사업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앞으로 비메모리는 이천 본사에서 직접 관장할 예정이며 기존 D램 라인중 수명이 다한 라인을 비메모리용도로 재활용해 최근 신규 유망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는 광반도체 및 전력반도체 디지털신호처리 반도체 등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미국 오레곤주의 반도체 공장과 스코틀랜드에 진행중인 반도체 공장 매각설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반도체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단일업체가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만큼 대형투자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외국의 반도체 업체와 전략적 제휴 등을 논의할 의사는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외국의 적자 기업을 인수해 3년만에 유망기업으로 성장시켜 상당한 차익을 남겼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M&A라는 평가가 지나치지는 않다 하지만 향후 더 큰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을 단순한 현금 확보라는 이유 때문에 급박하게 매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쉽다는 것이 국내 반도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