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炳起 지오이인터랙티브 대표
한때 널리 회자되던 화두의 하나가 니치 마켓(Niche Market)이었다.
틈새시장 공략을 강조하는 말로 이는 현재에도 상품기획 단계에서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고 있다. 멀쩡히 잘 팔리는 「코카콜라」가 어느 날 갑자기 「다이어트 코크」, 더 나아가 체리향이 가미된 「체리 코크」로까지 변신한 것이 좋은 예이다.
아내나 여자친구에게 립스틱 하나 선물하려 매장에 한 번이라도 가본 이들은 그 많은 종류의 립스틱 색깔에 잠시나마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고민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또한 화장품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각각의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지속적으로 제품을 출시한 결과다. 찰리 채플린 영화에서처럼 공장에서 상품을 획일적으로 찍어내면 팔리던 세상에서, 시장세분화(Market Segmentation)란 말로 시장이 변화해 그에 맞는 제품이 나왔고, 틈새시장 공략 상품 등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전략이 펼쳐지고 있어 이래저래 상품 제작, 기획, 마케팅 관련 담당자들의 고민은 늘어만 가고 있다.
그런데 이젠 PC통신, 인터넷, 위성방송 등 새로운 미디어의 확산, 독립가구수의 증가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하여 시장은 더욱 더 세분화돼 이에 부응하는 작전이 필요하게 되었고, 말 만들기 좋아하는 미국 학자들은 이를 「마이크로 마케팅(Micro Marketing)」이라 하여 새로운 환경변화에 맞는 전략수립을 강조하고 있다.
브랜드의 인지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정보에 맞는 제품을 구매하는 성향으로 소비패턴이 바뀌고 있고 이에 기업들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 「CD Now」나 「아마존」의 성공요인의 하나가 바로 이 점이다.
한편, 새 정부는 2만여개의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재벌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주력기업에 집중, 불필요한 군살을 빼고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말한다.
정부와 재벌이 발표한 내용에만 따른다면 그토록 강조해 왔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병존, 성장할 수 있는 소위 「윈윈(Win Win)」구도도 조기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벤처기업 또는 중소기업의 생존전략이다.
「마이크로 마케팅」이라는 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기업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자본력이 취약한 기업이 현재와 같은 국가경제 위기 속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철저한 시장조사와 소비패턴 변화에 맞는 상품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어떤 분야에 집중할 것인지, 그리고 소비자의 까다로운 요구에 부응해 자신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 서비스할 것인지를 항상 고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어느 정도 다 잘해요」라는 말은 이제 「나 다 못해요」란 말과 같은 말이다.
소비자의 잠재수요를 파악해 특정사업 분야에서 집중해 성공하는 것만이 벤처기업,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현재의 국가경제 위기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되고 언제 회복될지는 누구도 쉽게 장담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부디 새롭게 생기는 우리 경제의 꿈나무, 벤처기업들이 다양해진 시장의 소비자 요구에 꼭 맞는 제품을 만들어 각 분야에서 세계 경쟁력을 갖추어 성공하기를, 그래서 우리 사회에 큰 활력을 불러 일으키기를 벤처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곧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