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평] 익스트림 "Pornograffitti"

제목만 「미성년자 청취 불가」다. 그런 편견 탓에 이 앨범은 지난 8년 동안 한국에서 발매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앨범에는 90년대 최고의 록 발라드로 단연 첫손 꼽히는 명작 「More Than Words」를 수록하고 있다. 이 노래는 한 때 한국에서 라디오를 틀면 웬만한 팝음악 프로그램에서는 다 흘러나왔고,카페나 음악다방 등에서도 신청을 가장 많이 받았으며,심지어는 동네 노래방의 레퍼토리에도 올라있다. 미국에서도 빌보드 싱글차트 1위까지 등극했었고 지금도 록이 아닌 일반 팝 라디오스테이션에서 많이 흘러나오는 곡이다.

가사나 멜로디 면에서 아름다움의 극치를 뿜어낸다고 여겨지는 이 곡이 수록된 앨범 제목이 공교롭게도 「포르노그라피티」였으니,아무리 내용이 금수강산이라도 제목부터 입에 담기 거북한 나머지 한국에서 발매되지 못했었다.

이 노래를 불렀던 밴드 익스트림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우선 리드보컬을 맡았던 게리 케론이 당당하게 밴 헤일런의 보컬리스트로 스카우트되는 바람에 팀의 구성 자체가 허물어졌고,실질적인 리더였던 긴머리 소년 누노 베텐커트는 솔로로 독립해 음반을 발표했다. 귀한 몸으로 모셔진 케론은 이제 곧 밴 헤일런의 멤버로 새로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 앨범은 프랜시스라는 소년의 성장기를 그려낸 것으로 이른바 컨셉트 앨범으로 불린다. 때문에 가사의 내용을 알지 못하면 개별 곡이 각기 따로 노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오히려 「More than words」같은 명작이 등장했는지도 모른다.

익스트림이 한창 활동하던 90년대 초반은 메틀이 가장 큰 물결을 이루고 조금 뒤에 얼터너티브가 질풍노도처럼 밀려왔는데 익스트림은 명백한 메틀 밴드다. 「More than, , , 」이 너무나 아름다운 사랑의 발라드였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그들이 메틀 밴드라는 사실을 선뜻 믿지 않는다. 밴드로서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 섭섭한 노릇이겠지만 대중의 심리란 어쨌든 보편타당한 공통분모에 기대기 마련이다.

결국 익스트림은 대중적 인기의 지속적인 확보라는 차원에서 백기를 든 셈이 되었고 그들로서는 이 앨범이 최고의 효자였던 반면 음악적 진보를 위한 행보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했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발매는 늦었지만 이 앨범을 통해 익스트림의 전성기시절 음악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다. 「Hole Hearted」같은 곡도 인기를 얻었지만 메틀 팬이라면 다른 곡에도 관심을 기울여 볼만하다.

<박미아, 팝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