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오디오 업계에 초미의 관심사였던 삼성전자와 새한미디어간의 오디오사업부 매각협상이 결렬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오디오사업부를 계속 이끌고 나갈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사업부를 처리할 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새한미디어가 오디오사업부 매각여부를 논의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 당시 오디오 업계의 시장경쟁이 워낙 치열해 오디오사업부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삼성전자는 새한미디어가 오디오사업부 인수를 타진해 옴에 따라 이를 새한미디어로 이전하기로 원칙적인 합의했다. 그룹차원에서 오디오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던 새한미디어로선 삼성전자의 오디오사업부 인수를 계기로 그룹 전체 매출액을 늘리고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새한미디어간의 오디오사업부 매각협상이 난항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새한미디어 실무진들이 삼성 오디오사업부의 사업실적을 검토하면서 부터. 삼성전자 오디오사업부의 연간 매출액은 약 3천억원으로 새한미디어 매출과 비슷하지만 국내 시장상황의 악화로 해마다 상당한 액수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사업부 인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난해 연말부터 불어닥친 IMF 한파도 새한미디어의 삼성 오디오 인수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했다. 주요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인원감축에 기존 사업부까지 폐지할 정도의 강도높은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하면서 신규사업 진출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 돼 버린 것. 게다가 새한미디어가 삼성전자에 오디오사업부의 앞으로 예상적자액 3년치 보상을 인수조건으로 내걸면서 협상을 원점으로 돌리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새한측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고 새한측은 이를 최우선 협상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양측의 협상은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5개월 가량 오디오업계를 술렁이게 만들었던 삼성전자와 새한미디어의 오디오사업부 매각협상은 말만 무성하게 남긴 채 「없었던 일」이 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만 일으켰다는 평가다. 우선 새한미디어로 발령낸 삼성전자 오디오사업부의 일부 임원에 대한 처리 문제가 어떻게 될 지 관심거리. 또 하나는 삼성전자가 올해 조직개편을 하면서 오디오사업부 매각을 가정하고 이를 신규 조직개편에 포함시키지 않아 사업부 자체가 공중에 뜬 상태가 된 것. 현재 삼성전자 오디오사업부의 경우 정보가전총괄 산하의 리빙사업부에 임시 사업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오디오사업부 매각 대신에 별도의 독립회사로 운영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측은 『새한미디어와의 오디오사업부 매각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