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태로 최근 급증한 실업자, 명예퇴직자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불법 다단계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 다단계판매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업허가까지 받은 정식 업체들까지 불법 피라미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업체들의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 조직화되면서 피해 규모 또한 대형화되는 추세다. 지난 해 말 회사부도로 직장을 잃은 김모씨는 『5백20만원만 투자하면 짧은 기간에 수천만원을 벌 수 있다』는 친구의 권유에 따라 SMK종합유통 최하위 다단계 판매원으로 등록했다.
자기요, 전기요 세트 등 자사 제품을 구입하면 정식 회원이 되고 본인 및 하위 조직원이 제품을 팔 때마다 30%의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제품 구입비 명목으로 5백20만원을 회사측에 입금했다. 신규회원을 끌어모으는 일이 쉽지 않았고 일정기간 안에 영업실적을 올려야만 상위단계로 승진할 수 있다는 회사측 강요에 신규 회원을 모으는 대신 본인이 카드 빚까지 내가며 1억5천만원 어치의 제품을 구입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고수익은 커녕 카드빚만 늘어가자 뒤늦게 속은 것을 안 김씨는 소비자보호센터에 이 사실을 고발했다.
이외에도 신규회원을 모으는 것이 여의치 않자 처남, 조카 등 10여명의 회원에 가입시켜 친인척에게도 피해를 입히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다단계판매에 관한 법률을 포함하고 있는 「방문판매등에 관한 법률」엔 단가가 1백만원 이하인 제품만 판매토록 규정하고 있으며 하위 판매원 모집자체에 대해 경제적 이익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회원 등록자에게 가입비 명목으로 비용 및 기타 금품을 징수하거나 개인할당 판매액을 근거로 일정한 액수의 상품구매를 강요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세부규정을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 가운데 연간 수십만명 가량이 불량 업체로부터 사기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허가업체는 약 1백70개로 매년 20~30개 업체가 신규로 등록하고 있으나 강남 서초동, 양재동 일대에서 무허가로 영업하고 있는 다단계업체는 허가 업체보다 많은 2백~3백개로 추산되고 있어 표면상으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도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엔 단순 상품판매 뿐만 아니라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물리치료기구를 비롯해 콘도, 공기로 달리는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품목이 다양화되고 지능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근래들어 PC통신, 인터넷을 이용하는 젊은층 사이에선 금융피라미드까지 확산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올해 초 「6천원을 투자하면 몇 개월안에 8억원을 벌 수 있다」는 피라미드 사기는 올해초 PC통신에서 전파되면서 최근 2개월간 전국 PC통신 사용자중 이 같은 내용의 메일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만큼 전국적으로 확산돼 있다.
또 다른 유형으론 달러화의 가치가 급상승함에 따라 이를 미끼로 한 신종 PC통신 사기도 출현했다. 학생인 권씨는 회원 3명을 모집하면 7.5달러를 받게 되고 회원이 7단계 3천2백80명까지 확보되면 3만여 달러를 벌 수 있다는 피라미드 광고 메일을 받아 이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신고했다.
소비자보호단체의 한 관계자는 『접수된 신고 내용을 토대로 검찰이 불법업체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단시일내에 근절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일확천금에 현혹되어서는 않되며 회원 가입에 앞서 관련 규정이나 위법성 여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