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컴퓨터업체들이 올 들어 시장수요가 급냉하고 있는 데다 환율급등으로 가격저항에 부닥치는 등 사업환경이 급속히 악화됨에 따라 본사 지원을 적극 호소하고 있다.
한국IBM, 한국HP, 한국후지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한국디지탈, 한국실리콘그래픽스 등 외국계 컴퓨터업체들은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체제 이후에 나타나고 있는 특수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본사로부터 부분적인 지원이나 손실보전을 받고 있으나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경영수지를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일 뿐 아니라 독자적으로 현상황을 타개하기 곤란하다는 판단 아래 본사의 적극적인 지원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한국후지쯔는 일본 본사로부터 들여오는 수입제품의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방법을 통해 환율상승으로 인한 손실을 일부 보전받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적인 환율보전으로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가 곤란하다고 보고, 운영자금의 해외차입을 본사측과 협의중이다. 이와 관련, 한국후지쯔의 한 관계자는 『해외차입이 반드시 일본 본사에서 지원받는 형태가 아니고 다른 지역에서 들여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현재 본사와 국내의 판매업체(리셀러)간 직접 거래하는 과정에서 기준환율을 달러당 1천3백원으로 정해놓고 실제 환율과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선 본사와 리셀러가 서로 분담하는 형식으로 부분적인 본사 보상을 실시하고 있다. 또 이 회사는 본사로의 송금시점을 최대한 뒤로 미뤄 환차손을 줄일 수 있도록 했는데 이런 조치만으로는 경영악화를 타개하기가 어렵다는 판단, 본사측과 직접 자금지원을 받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한국실리콘그래픽스는 지난해까지 3개월 간격으로 고정환율을 적용해 수입제품의 대금을 지불하던 것을 올 들어 주문시점 환율을 적용하고 계약물량별로 본사로부터 수입가격을 할인받고 있으며 지난해 말경에는 자본증자 형식으로 본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이같은 한시적인 방법으로는 시장가격 저항을 극복하기 어려워 국내에서 활발한 영업활동을 펼칠 수 없을 뿐 아니라 현재 추진중인 구조조정도 큰 효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본사에 대금결제 연장과 차관도입 등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HP의 경우는 최근 미국 HP본사에서 3년만기의 저리로 1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상업차관 형태로 지원받는 등의 다각적인 지원수단을 모색하고 있으며 한국디지탈도 현재 본사와 자금지원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