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가 나서라.」
혈혈단신으로 적진에 투입돼 최악의 상황에서도 주어진 인물을 완수하는 경제판 「람보특공대」가 수출 전선에 떴다. 국내 대표적인 산전업체인 LG산전이 올들어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20, 30대 젊은 남자직원 20명으로 소위 「람보특공대」를 조직, 최근 발대식을 갖고 인도, 아프리카,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 그동안 다른 산전업체의 진출이 전혀 없던 미개척 지역을 중심으로 23개국에 내보냈다.
람보 요원은 초강력 바주카포나 기관총 대신 노트북PC와 어학을 무기로 중무장, 혼자서 3~6개월간 현지에 머물면서 시장 조사와 판매망 구축, 수주에 이르기까지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한마디로 국내 전자업체들의 사활을 건 수출시장 개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자 국제통화기금(IMF)한파를 이겨내기 위한 국내업계의 벼랑에 선 각오다. 현 경제여건상 람보같은 신화적인 존재를 갈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피땀나는 노력으로 올들어 수출이 살아나고 있다.
IMF 이후 환율, 임금, 지가 등 수출의 가격경쟁 여건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움츠렸던 수출 기업들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IMF체제 이후 기업, 국민, 정부 모두가 수출증대를 통한 무역흑자 기반 구축만이 외환위기 극복의 돌파구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결연한 수출의지를 다진 결과다.
올 1월 중 국내 총 수출은 지난해 1월 대비 1.4% 늘어난 91억6천만 달러였다. 수입은 39.6% 감소한 75억6천만 달러로 1월 중 무역수지가 16억 달러 정도 흑자였다. 1월 중 무역수지가 흑자를 보인 것은 88년 1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올 수출목표 1천4백40억 달러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의 수출증가세는 전자제품 전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적어도 1, 4분기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도체 수출의 활기는 국내 경기의 사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95년 이후 3년 동안 내리 마이너스 성장을 한 국내 반도체업계는 작년말 이후 조금씩 소생 기미를 보이고 있다.
가격이 개당 15~20달러인 64메가 D램을 월 1천만개 이상 양산하고 있고, 환율상승으로 제조원가가 줄어 수출경쟁력도 살아나고 있는 상태다.
삼성, LG, 현대 등 반도체 3사는 수출경쟁력 회복으로 올해 반도체 예상 매출액이 1백2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5~20% 성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80년대 수출 주역이었던 삼성, LG, 대우전자 등 가전업계도 환율 급등 여파로 가격경쟁력이 회복되면서 올들어 수출이 전년비 1백% 이상씩 늘어났다.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 백색가전과 휴대전화를 비롯한 무선통신기기를 중심으로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가전, 통신기기, 컴퓨터 등 세트제품의 수출이 지난달 4억6천만 달러로 지난해 12월보다 44%나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에 휴대전화, 프린터, 광케이블 등 통신기기 제품의 수출은 8천만 달러로 1백70% 폭증했다. 전자레인지, 컬러TV, 냉장고 등도 45~1백% 늘었으며 이같은 증가세는 2, 3월에도 지속될 것으로 삼성전자는 전망했다.
LG전자의 지난달 수출실적은 7천5백억원으로 지난해 1월보다 1백5% 늘어났다. LG전자는 밀려드는 수출주문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풀가동하면서 현지에 맞는 상품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지난달 수출실적이 1년 전보다 99% 증가한 4천3백20억원에 달했다. 컬러TV, VCR,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5대 가전제품이 3천5백90억원으로 전년보다 1백15%나 늘었다.
그러나 고금리, 물가상승, 자금시장 경색 등이 조만간 해소되지 않을 경우 우리 스스로 가격경쟁력을 잠식해 경쟁국에 또다시 밀려날 우려가 높다.
국내기업들의 사활을 건 수출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출지원체계는 아직까지 구호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국내업계의 수출 몸부림에 맞춰 신정부 출범과 함께 범국가적인 총력수출지원체제 구축, 기술 및 해외마케팅 등 수출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생산요소별 고비용 요인, 시장개척 장애, 정부규제 등 현안 애로의 지속 발굴, 개선 및 업종별 경쟁력 제고를 지원하고 경쟁력 취약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관계부처 등도 수출지원 및 수입대체를 통해 무역수지 흑자기반 구축에 적극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정보통신서비스 등 경쟁력 취약부문의 수출산업화 및 수입대체를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또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통상협력협의회」를 활성화해 지방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활동 지원, 무역정보망 구축 등을 통한 지자체의 수출지원기능을 제고시키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무역협회 및 업종별 단체 등 수출유관기관간 협력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정부는 특히 새정부 출범과 함께 「국가수출, 투자촉진전략회의」를 설치, 운영하고 정기적으로 무역동향과 성과 등을 점검하며 업계의 애로사항을 파악해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관련 행정부 장관, 지방자치단체장, 대통령비서실, 정당, 국회, 경제단체, 은행, 생산자, 수출단체 등 수출유관기관, 업계, 노동계, 학계 대표 등이 참석해 오는 3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매월 정기적으로 가질 「국가수출, 투자촉진전략회의」는 수출기업의 애로요인, 무역진흥시책, 통상정책, 금융, 외환정책, 노사관계 개선 등 수출진흥과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모든 과제를 협의하게 된다.
정부는 또 KOTRA,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상호 연계해 마케팅능력이 부족한 중소 수출기업에 대한 해외시장 정보, 수출관련 자금지원, 거래알선 등 중소기업을 위한 수출지원 종합서비스를 강화해 개미군단들의 수출활동을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세계 각국이 활용하는 세계무역기구에서 운영하는 무역망인 트레이드 포인트(Trade Point), UNIBEX(미 상공회의소), BCC Net(EU의 중소기업협력정보망) 등 다양한 전자상거래 및 협력네트워크를 활용해 중소기업 수출상품 홍보와 거래알선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무역정보에 관한 전문지식, 중소기업지원정책, 중소기업청과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 등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수출관련 정보나 금융지원 혜택을 중소기업이 한 장소에서 받을 수 있도록 미국의 수출지원센터(Export Advocacy Center)와 같은 중소기업 수출 전용 지원센터도 구상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수출업체들을 위해 금융지원 등 직접 지원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를테면 무역애로를 타개하기 위해 은행보유 통화안정증권의 연 12%대의 저리환매를 통해 기한부 수출환어음 담보대출을 실시하도록 하는 등 무역관련 금융원활화를 위한 은행권에 대한 자금지원을 확대하고 원자재수입 연지급기간 연장, 수출착수금 영수한도 자유화 등 수출관련 외환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수출환어음 매입실적을 은행의 외환포지션 한도에서 제외해 수출환어음 담보대출 및 수출용 및 기초원자재 수입LC 개설에 대한 특별보증을 실시하고 외국소재 은행의 수출환어음 직접 매입을 허용할 계획이다.
또 기업의 신용위험부담 완화를 위해 아시아개발은행(ADB)자금 출연이나 정부출연예산 조기배정 등으로 정부의 신용보증 능력을 총 50조원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이같은 수출업체에 대한 금융, 외환 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업 자금조달이 경색되고 금융비용 부담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수출용 원자재 수입대금 미결제시에도 금융제재를 완화하고 은행별 기업지원 실적과 연계한 한국은행의 외화지원, 수출용 원자재의 연지급 등 가용 외화자금을 수출부문에 우선 배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정부는 금융 지원과는 별도로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오는 3월까지 1천개 업체를 대상으로 수출실태조사를 벌이고 산업설비 수출금융을 올해 6조5천억원 규모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벤처기업 등 기술 및 지식집약형 중소기업을 수출 주력기업으로 적극 육성해 수출저변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테면 각국별 수출유망품목을 올해 중 2천50개로 확대하고 연 4%의 해외시장 개척기금을 3백억원으로 늘리고 국내외 전시회 개최알선, 컨설팅 등 수출마케팅을 종합 지원하는 해외마케팅 전문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같은 지원정책은 그러나 최근 정부조직 개편으로 산업자원부, 외무부, 재경부 등으로 수출과 통상관련 업무가 3분돼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더구나 그동안 수출관련 정책 조정을 담당해 온 재경부(재정경제원)의 권한 축소로 수출지원정책을 총괄 조정할 조정자가 없는 상황에서 자칫 이같은 지원책이 모처럼 「수출로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자」는 국민적 기대를 공중에 날려버릴 공산도 크다.
수출업체 관계자들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원자재 확보를 들고 있다.
그동안 비축해 둔 부품 등으로 제품을 만들어 수출에 나섰지만 오는 3월께부터는 이마저 바닥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발주에 들어갔어야 할 원자재 수입이 환란으로 미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수출 주문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원자재 확보난은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설령 수출업체에 대한 직접적인 금융, 외환지원에 나선다 해도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입장이다. 이왕 추진할 정책이라면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시기를 놓치지 말았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수출기업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추진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