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대표 성재갑)이 최근 IMF한파가 무색할 정도로 정밀화학 관련 초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발표한데 이어 정밀화학기술을 응용한 신규 전략사업에 대한 투자에도 점차 가속도를 붙이고 있어 그 배경과 행보에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화학은 올초 미국의 롬 & 하스(Rohm & Hass)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LG시플리」란 자회사를 설립, 총 3천만달러를 공동 투자해 내년 하반기부터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를 본격 양산키로 했다. 이어 최근엔 미국의 다우(Dow)케미컬과 공동으로 2억5천만달러를 투자, 최첨단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카보네이트(PC)시장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LG는 또 신규 전략 추진사업인 다층인쇄회로기판(MLB)용 소재 사업과 리튬이온전지(LIB) 등 2차전지 부문도 당초 예상을 깨고 예정대로 투자를 강행할 계획. MLB소재는 전자, 정보기기의 핵심소재이고 2차전지는 차세대 이동통신기기의 핵심 부품으로서 두 사업 모두 초기 투자만도 수 백억원에 달하는 대형 장치업종이다.
따라서 관련업계는 IMF체제 출범으로 대다수 대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동결하거나 최대한 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LG화학이 이처럼 대형 프로젝트를 내놓고 신규 투자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는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리고 있다.
우선 LG화학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게된 근본 원인은 LG그룹내에서 LG화학의 입지강화를 꼽을 수 있다. LG그룹의 사업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소수정예의 주력 기업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전자, 통신부문과 함께 화학분야가 유력한 주력업종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고 자연히 그룹차원에서 투자에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룹내의 계열사 지급보증이 한계에 부닥치면서 홀로서기를 위한 LG화학 내부차원의 강력한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의 사업구조 재편의 포석이란 분석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LG화학은 그동안 매출면에서 그룹내서도 손에 꼽을 정도지만 제품구조가 생활용품과 범용 케미컬쪽에 치우쳐 있다. 이에따라 매출에 비해 손익구조는 극히 취약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때문에 주력 사업구조를 엔지니어링플라스틱 및 관련 소재를 중심으로 한 정밀화학제품과 MLB소재, 2차전지 등 고부가 전자정보 제품 중심으로 전환함으로써 수익구조를 개선함은 물론 그룹차원에서 추진중인 「도약 2005」전략에 부응, 매출극대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업계는 LG화학의 이같은 공격적인 움직임의 배경이 최근 유화업계서 일고 있는 빅딜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고단수의 사전 계산이 깔린 것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즉, 자동차, 통신과 함께 빅딜을 통한 시장재편의 필요성이 가장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는 유화업계의 특성을 감안할 때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세 과시가 필요했을 것이란 풀이다.
이밖에도 LG그룹의 자금사정이 지난 몇 년간 대형 신규사업을 추진한 삼성, 현대 등 타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점, 오는 2000년대 세계적인 화학기업으로 부상키 위한 중장기 마스터플랜의 일환 등이 최근 LG화학의 과감한 투자를 뒷받침하는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