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가전 특집] 꽃피는 춘삼월.. 설레는 신혼부부를 잡아라

3월 부터 4, 5월로 이어지는 봄철 결혼시즌을 맞아 예비 신혼부부들의 눈길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각종 판촉이 가전유통업계로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된 수요가 예상되는 혼수가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각 사의 혼수상품과 유통채널별 판매전략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혼수가전시장은 이미 전체 가전시장의 10%를 넘어섰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혼수가전 수요는 1조2천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올해의 경우 IMF 한파로 인한 수요감소를 감안하더라도 1조원은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PC 등을 제외한 순수 가전제품은 8천억원선. 전체 가전시장이 30% 이상 위축돼 5조원 내외에 머물 것으로 볼때 봄과 가을철의 결혼시즌의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혼수가전시장은 전체 가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

혼수 가전시장은 그동안 매년 5∼10% 정도 확대돼 왔다. 결혼하는 이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시장규모 증가폭이 크게 나타났는데 이는 대형, 고기능 제품에 대한 수요이전이 가장 큰 원인이 었다. 주거환경과 생활패턴의 변화가 혼수가전제품의 대형, 고기능화를 가속시켜왔다.

휴식의 많은 시간을 TV와 VCR 시청으로 보내는 젊은 세대에게는 보다 큰 감흥을 느낄 수 있는 대형 TV와 4헤드 이상의 하이파이 VCR가 중요한 혼수제품이 아닐 수 없다. 또 맞벌이가 보편화하면서 주말쇼핑 문화가 정착됐고 1주일 동안 먹을 식품을 보관할 대형 냉장고, 한꺼번에 빨래를 모아서 할 수 있는 세탁기 등이 점차 필수 혼수제품으로 굳어져 갔다.

그러나 올 들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IMF라는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내핍이 확산 되면서 혼수도 욕심부리지 않는 선으로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제품별로는 29인치 컬러TV가 25인치 이하의 제품으로, 5∼8헤드의 최고급 VCR가 4헤드 수준으로, 5백ℓ급 이상 냉장고가 4백ℓ급으로 낮아졌다.

혼수 규모는 대형 최고급 사양제품이 주류를 이루던 지난해 11월 말까지만해도 신혼부부 1쌍당 가전제품 구매액이 4백만원선에서 이루어졌고 5백만원대를 넘어서는 경우도 많았다. LG전자가 자사 고객을 상대로 조사한 것에 따르면 97년도 평균 혼수 규모는 4백38만원 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이후 경제사정이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기본기능에 충실한 중저가 모델로 수요가 기울면서 금액으로 15% 이상 떨어져 3백40∼3백50만원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비록 수요규모가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가전유통업체들은 올해 혼수시장을 어느때보다 중요하게 보고 있다. 결혼하는 이들의 수가 그다지 줄어들지 않아 시장 전체 수요가 전체 가전시장만큼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한꺼번에 3백만원어치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릴 수 있는 확실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혼수구매의 변화 가운데 가격 이외의 특이할 만한 점은 3가지 정도를 들수 있다. 외산 가전제품 구매가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는 점과 구매루트가 다양해 지고 있다는 점. 또 부모와 동행 구매하는 행태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외산 가전제품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TV와 냉장고, 오디오를 중심으로 5백억∼6백억원 정도 규모의 수요를 형성했다. 그러나 「달러 아끼기」가 「외사제품 안쓰기」로 확산되면서 올들어 수요가 80% 이상 줄어들었다. 수입업체들도 대부분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인데 환율폭등으로 인한 수입원가 인상이 불가피해 수요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어려워지고 있는 경제사정을 반영하듯 가격이 구매를 좌우하는 중요요소로 부각되면서 예비 신혼부부들이 보다 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곳을 찾으면서 구매루트도 다양해지고 있다. 백화점과 대리점과 전자상가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구매처가 이제 창고형 할인매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또 홈쇼핑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시간을 아끼려는 이들을 중심으로 홈쇼핑이 새로운 구매루트로 등장하고 있다.

부모와의 동행한 혼수 마련은 IMF이전에도 많았다. 그러나 긴축이 불가피해지면서 자금을 지원하는 예비신부 부모들의 동행이 더욱 늘었고 구매제품에 대한 결정에도 부모의 입김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가격보다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구매도 그만큼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전 유통업계의 판촉방향도 지난해와는 많이 달라졌다. 가전업체들의 대리점이나 유통망의 경우 대형, 주력상품을 내세우기보다 가격대비 기능이나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혼수 전략상품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이들 제품을 묶은 패키지 상품구성에 혼혈을 기울이고 있다. 저가 고기능을 판촉의 기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가전3사는 특히 TV등 주요 품목이 결정되면 나머지 제품까지 자사 제품으로 구매하도록 하기 위해 동급 제품 가운데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컬러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의 디자인과 색상을 선별, 2백만원대에서 5백만원대 까지 종류별로 4, 5종류로 묶어 패키지화한 상품군을 만들어 놓고 있다.

이들 3사는 이미 시장조사팀이나 모니터 팀을 통해 전반적인 수요패턴의 변화를 분석하고 분석내용을 반영한 제품개발을 해왔기 때문에 패키지 상품 구성에는 그다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판촉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는데 신혼안내 책자 발간 , 견적서비스 등의 일반적인 판촉외에 제품 시연회를 통한 특정제품 인식 제고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전자자랜드를 포함한 용산전자상가의 경우 메이커에 구애받지 않고 제품을 2백만원대부터 1백만원 단위로 패키지화하는 등 다양한 가격대에 다양한 성능의 제품을 묶어, 양판점 특유의 이점을 살리는 판촉을 실시한다. 이들 양판점은 이와 함께 다양한 소품 구성능력, 같은 제품이라도 가격이 싸다는 것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판촉에 나서고 있다.

IMF시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각광받고 있는 E마트나 프라이스클럽 등 창고형 할인점의 경우 가전 이외의 혼수가전을 값싸게 살 수 있다는 장점과 소소한 살림도구들을 저가에 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혼수가전시장에서 나름대로 수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한편 지난해 혼수 10대 품목에 까지 올라섰던 것으로 분석됐던 컴퓨터의 경우 고가라는 점과 불요불급한 품목이라는 점 때문에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아 시장이 다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각 사에서는 학생층을 겨냥한 펜티엄 1백33㎒급의 중저가 제품이 혼수제품으로 수요가 늘면서 이들 제품을 중심으로 한 업체들의 판촉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박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