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 3편 개봉채비 "마니아는 즐겁다"

영화관객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예전같으면 할리우드 흥행작에 밀려 스크린을 차지하지 못했을예술영화들이 관객과 만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올들어 「킹덤」을 비롯 「변검」 「마르셀의 추억」 「나의 장밋빛 인생」 「인질」이 모두 호응을 얻은데 이어 최근 3편의 예술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멕시코의 대표적인 감독 아르트로 립스테인의 「짙은 선홍색」, 할리우드에 진출한 중국계 감독 웨인 왕의 「블루 인 더 페이스」, 그리고 마뉴엘 쁘와리에 감독의 프랑스영화 「웨스턴」이 바로 마니아의 눈길을 끄는 화제작들.

이중 「짙은 선홍색」은 96년 베니스영화제에서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을 수상한 후 산세바스찬 영화제, 토론토영화제, 홍콩국제영화제에 잇따라 출품되면서 「잉글리쉬 페이션트」 「트렌인 스포팅」과 함께 그해 타임즈 선정 세계 10대 영화에 올랐던 걸작.

이 영화는 뚱뚱한 시체실 담당 간호사와 한물간 대머리 제비족의 독특하고 광기어린 러브스토리로 블랙 유머와 페이소스가 잘 어우러져 충격과 감동으로 이어지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1953년 미국에서 발생했던 실제 사건을 소재로 아름다운 선율과 감칠맛나는 대사가 일품. 할리우드의 영화문법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는 낯설고 지루할 수도 있지만 아트영화 마니아들이라면 오랫동안 잊지 못할 독특한 영상체험이 될만한 작품이다.

「블루 인 더 페이스」와 「웨스턴」은 미국 뉴욕과 프랑스 브레타뉴 지방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보고 나면 가슴 한구석이 따듯해지는 코미디라는 것이 공통점.

우디알랜류의 재기 넘치는 은유와 말의 성찬을 즐기는 고급스러운 코미디 관객이라면 「블루인 더 페이스」가 추천작이다. 이 영화는 알고 보면 웨인 왕 감독이 연기파 하비 케이틀과윌리엄 허트를 주인공으로 뉴욕 서민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 할리우드에서 호평을 받아낸 「스모크」를 촬영하면서 덤으로 얻어낸 작품이나 마찬가지다. 재미 삼아 조연과 엑스트라 연기자들에게 카메라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쏟아내 보라고 주문을 한 후 나중에 편집을 하고보니 예상외로 유머넘치고 드라마틱한 요소가 풍부한 한편의 영화가 되버린 것. 솔직하고 서민적인 냄새가 물씬풍기는 뉴욕의 뒷골목, 그중에서도 브루클린 사람들의 수다를 듣다보면 어느새 웃음이 배어나오는 영화다. 마이클 J 폭스, 마돈나, 짐 자무쉬등의 깜짝출연도 볼거리.

「웨스턴」은 97년 칸느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으로 지난해 파리에서만 1백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던 작품. 만나는 여자들마다 호감을 보이는 잘생긴 외모와 부드러운 매너의스페인인 파코와 초라한 외모에 주책스럽기까지 한 이탈리아계 러시아인 니노, 두 남자의 여행길을 따라가는 로드무비다. 파코와 가까워진 아름다운 프랑스여자는 갑작스러운 사랑을 두려워한 나머지 3주간의 이별을 제안하고 파코는 니노와 함께 길을 떠나게 된다. 프랑스여자와의 재회를 기다리는 남자 파코와 프랑스 여자에게 배신당한 아픈 기억이 있는 남자 니노와 는 프랑스땅의 이방인이라는 것 이외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동행이다. 두 사람의 여정과 갖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마뉴엘 쁘와리에 감독은 길 저편 이 세상 어딘가에는 반드시우리를 기다리는 사랑이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