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기본으로 돌아가자

양정배(梁正培) LG전자 한국영업본부 마켓팅담당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단어를 빼고는 말이 안되는 시대가 됐다. 그야말로 IMF 사태(沙汰)를 맞은 것이다.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처방도 어지러울 정도로 많이 논의되고 있다. 실로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고 할 만한 말의 성찬 속에서도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자」라는 말이다.

이 말은 위기상황이 닥칠 때마다 거론되는 말이지만 그 의미가 되새겨진다. 많은 기업은 물론 국가까지 이 말에 담겨 있는 사상을 구조조정이라는 행동으로 옮겨 위기극복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그때마다 나타난 처방은 비용 및 원가절감, 규모의 축소 등 내핍과 축소 지향적인 것이었다. 이같은 대응은 낭비요소를 줄이고 전반적인 효율을 제고시켜 국가와 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내핍과 축소만으로 당면한 위기를 모두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체질을 강화시켜 주리라고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내핍과 축소가 근본적인 치유방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내핍과 축소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강도가 높아질 때 오히려 조직구성원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서로 불신케 하는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이같은 구조조정도 구조조정이지만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는 마인드세트(Mind Set)의 복귀를 요구한다. 지난 20년간 기업들은 크고 작은 위기를 겪으면서 비교적 순탄한 성장을 지속해 왔다. 이러는 가운데 기업과 국가는 규모가 커지면서 처음 가졌던 마음이 헤이해졌다. 경영의 중심은 점차 현장에서 멀어졌고 거듭된 성공은 지나친 여유와 자신감을 만들어냈다. 지금의 위기는 이처럼 초심과 달라지고 결국 기본에서 이탈하면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 기본을 지키려는 마음의 결여는 신뢰성을 떨어뜨렸고 총체적 난국을 초래케 하는 원인이 됐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돌아가야 할 첫 마음은 무엇일까. 막스 베버나 요제프 슘페터가 강조하는 「자본가정신」이 서양의 첫 마음이라면 우리에게는 「상인정신」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상인정신은 개성상인의 근검절약 정신이 그 기본이 되는데 지금으로서는 여기에다 고객감동을 위한 노력을 한 가지 덧붙이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현실주의와 효율지상주의, 고객에 대한 지고의 정성이 바로 상인정신의 본체인 것이다. 이 정신은 원가가 상승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을 걱정하기보다 우리가 모시던 손님이 떠나가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는 점을 가르치고 있다. 이는 위기를 극복할 해답을 어디까지나 현장에서, 특히 고객으로부터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도상훈련으로 시간을 버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 국내외로 신발이 닳도록 고객을 찾아 다녀야 할 때다. 밤을 세우는 전략회의보다 한 사람의 고객, 하나의 거래처를 더 찾아가는 것이 급하다. 기업이나 국가의 구성원들이 이미 관료화하고 타성에 젖은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다가올 최후를 기다리는 일밖에 남을 것이 없다.

경제발전의 초석이 되었던 초심을 되찾는 일, 이를 통해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 지금 우리가 서둘러 찾아야 할 과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