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49)

중국.

인구 12억, 면적 9백60만㎢.

세계 육지면적의 15분의 1. 아시아 육지면적의 4분의 1. 우리나라 면적의 43배.

김지호 실장은 러일전쟁 당시 일본이 치밀하게 추진한 통신시설의 피탈사례를 요람일기를 통해 확인하면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중국 통신현대화사업의 사업권 획득을 위한 계획을 떠올렸다.

중국이 움직이고 있었다. 79년부터 본격화한 중국의 개혁, 개방 정책은 중국 경제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면서 세계경제의 판도마저 바꾸어놓기 시작했다. 경제체제의 전환과정에서 20년간 평균 두 자리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중국. 특히 통신산업의 성장률은 이러한 경제성장을 훨씬 웃돌고 있는 것이다.

움직이는 중국.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통신행위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그 움직임과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통신매체의 수요와 다양성, 그리고 지역의 확대가 필요하게 된다. 중국도 마찬가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폭발적인 수요의 통신매체를 필요로 했고, 인구와 면적을 볼 때 그 시장성은 무한대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의 이 통신시장을 놓고 세계 각국에서는 세기 말 최대의 경쟁을 벌여왔으며, 이제 우리나라와 일본이 최후의 결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보통신시장의 잠재력은 우리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무한대였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전화회선이 2천만 회선. 국민 두 명에 한 대의 전화가 설치되었다고 할 때 중국이 우리나라 수준의 정보통신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히 예측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시설이 공급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 사업권을 획득하게 된다면 회사는 물론 국가 전체의 산업구조가 변화될 정도의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중국의 통신현대화사업은 96년부터 개시된 제9차 5개년 계획(96∼2000년)의 일환으로 추진되어 왔다. 중국 우전부에서는 이 기간에 통신부문의 주요 목표를 국민경제와 사회 발전에 따른 수요에 대한 적극대응과 안전하고 통일된 최첨단 통신망 건설 완료, 주요 통신능력을 95년의 2배로 증가시킨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그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무한대적인 통신수요가 필요한 것이다. 아직 자체적인 기술능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중국정부 입장에서는 통신사업 대부분을 외국의 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여 진행해야 하는 것이며, 하나의 성(城)이나 현(縣)의 시설을 우리나라 전체의 통신시설과 맞먹을 정도의 대용량으로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