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해외법인, 이전가격 조사 "비상"

최근 해외투자법인을 대상으로 한 현지 당국의 이전가격 조사가 최근 본격화하면서 국내 전자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이전가격에 대한 조사는 미국 국세청이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종합상사 등을 중심으로 이중 탈세혐의가 있는 일부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국내 기업들에 커다란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미국뿐 아니라 유럽, 호주 등 선진국이 다투어 이전가격 조사에 착수, 국내 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전세계에 사업장을 갖고 있는 국내 전자업계로서는 이미 이들 선진국에 직접 진출한 시점이 10년이 넘는데다 현지 당국이 세수확보를 위해 집요한 조사를 벌일 것이 확실하면서 앞으로 이전가격이 국산 전자제품의 수출확대를 가로막는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떠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전자3사의 경우 이미 지속적으로 이전가격조사를 받고 있으며 특히 최근 새롭게 이전가격 조사를 받고 있는 유럽국가들에 진출해 있는 현지법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현지에 급파하는 등 이전가격 조사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앞으로 이전가격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과거 일본 마쓰시타나 소니의 미국 현지법인들이 미국 국세청의 이전가격에 대한 추징과 과세를 막기 위해 미리 현지당국과 협의해 일정 세금을 내는 「사전확인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가격은 본사와 해외투자법인간에 거래되는 모든 물품공급에 대한 가격을 뜻하는 것으로 지난 90년들어 미 국세청이 그동안 미국에 진출한 해외기업들이 이전가격을 높게 매겨 현지법인의 이익을 최대한 축소시킴으로써 상대적으로 세금을 적게 냈다는 이유를 들어 외국기업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세계 통상거래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전자업계가 현지당국의 이전가격조사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이전가격 조사가 실시되고 있거나 실시예정인 현지법인 대부분이 설립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적자를 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이익을 창출해야 세금을 내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조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현지당국에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이 이전가격 조사에 대한 국내업체의 최선의 방어책일 수밖에 없다.

실제 국내 전자업체의 해외현지법인들이 대부분 이익창출보다는 본사의 외형확대정책에 맞춰 물량공급 확대에만 주력해왔기 때문에 외형은 커졌지만 대부분 속빈강정에 불과하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경제위기를 맞아 국내 전자업계가 앞다퉈 해외법인들에 대한 철수 및 통폐합, 축소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사실을 입증해주는 좋은 사례다.

그러나 현지당국의 입장에서는 기업이 설립된 지 평균 5∼10년 동안 적자를 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10년 동안 적자를 내는 기업을 계속적으로 끌고 가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은 결국 이전가격을 조작해 본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현지당국의 견해다.

따라서 이같은 국내 전자업계의 해외현지법인의 실상과 현지당국간의 이해차가 상존할 경우 앞으로 언제든지 이전가격문제가 이슈로 떠오을 것이며 특히 전자업계의 해외진출이 본격화할수록 이전가격문제는 국내 전자업계에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전자업계와 해외현지당국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국내 전자업계가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현지당국이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이전가격에 대한 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