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바이러스의 발생건수가 증가하고 특성 또한 갈수록 악성화되면서 개인사용자는 물론 기업정보시스템에서 바이러스 백신의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더구나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화의 진전으로 바이러스의 피해는 전사적 차원으로 확산될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어 앤티바이러스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 백신시장을 둘러싸고 백신 개발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국내의 바이러스 백신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는 지난 95년 3월 설립된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로 88년부터 백신 개발을 주도해온 안철수 소장의 확고한 지명도를 업고 선두업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96년부터 현지법인 형태로 국내 직접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외국의 유명 백신업체들도 다양한 플랫폼의 제품군과 앞선 상품화 노하우 등을 앞세워 안연구소에 강력히 도전하고 있다.
외국 유명업체로는 트렌드마이크로가 지난 96년 1월 트렌드코리아를 설립하고 가장 먼저 국내 시장에 진출해 안연구소를 위협하고 있고 뒤이어 「노턴유틸리티」로 유명한 시맨텍이 97년 1월 시만텍코리아를 출범시키면서 시장경쟁에 합류했다.
또 컴퓨터어소시에이츠(CA)가 지난해 샤이엔사를 인수한 후 한국CA를 통해 백신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고 네트워크어소시에이츠(전 맥아피)도 안연구소와 추진했던 합작법인 설립이 결렬되자 독자적인 법인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아직 규모 면에서 미약한 상태다. 각 업체들의 지난해 매출규모를 합해도 50억원이 안되는 수준이다. 세계 유명업체들이 앞다퉈 국내 진출에 나설 정도로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시장 활성화가 전망되기도 했지만 IMF라는 변수로 섣부른 전망이 힘든 상황이다.
또 시장선점을 위해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품가격이 곤두박질하고 있어 양적인 확대에 비해 시장규모는 좀처럼 커지지 않고 있다.
백신 소프트웨어는 바이러스 치료의 완벽한 솔루션일 수 없다는 지적이다.새로운 바이러스의 등장이 빠르게 계속되고 있어 오늘의 백신 소프트웨어가 내일에도 백신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백신 소프트웨어의 핵심은 지속적인 바이러스 패턴의 제공이다. 새로 발생하는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계속 공급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모든 백신업체들은 주기적으로 또는 비주기적으로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를 추가해 제공해주고 있다. 또 이러한 바이러스 패턴의 갱신작업은 인터넷을 통해 사용자가 의식할 필요없이 자동으로 수행해주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바이러스를 검색해주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시만텍이 제공하는 블러드하운드 기능이 대표적이며 트렌드 등의 제품도 이러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바이러스 패턴 갱신의 자동화 작업은 외국업체들이 선보이기 시작했고 안연구소도 뒤이어 인터넷을 통한 자동 업그레이드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시장경쟁이 국내 업체인 안연구소의 수성과 외국 유명업체들의 공략으로 치달으면서 또하나 주목되는 것은 바이러스의 세계화 및 지역화 논쟁이다.
이는 바이러스는 철저히 지역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주장하는 안연구소와 인터넷시대를 맞아 바이러스의 국경이 없어졌다는 외국업체들의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국내 시장을 둘러싼 시장공략에서 중요한 변수여서 주목할 만하다.
바이러스 백신의 핵심이 바이러스 패턴의 지속적인 갱신이라 할 때 이러한 갱신작업은 새로운 바이러스를 분석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바이러스 소스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바이러스 소스는 백신업체들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서 발견됐거나 발견되는 바이러스 소스의 대부분은 안연구소에 접수된다.
안연구소가 외국업체에 비해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 바로 이 점이다. 국내에서 매년 발견되는 신종 바이러스 중에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것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안연구소가 더욱 자신감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안연구소의 기득권을 의식해 외국업체들은 바이러스의 세계화를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시대가 도래하면서 바이러스는 국경이 없어진 지 오래며 본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각사의 안티바이러스연구소에는 전세계 바이러스 소스를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매크로바이러스의 경우 전자우편을 통해 국내에 다량으로 유입된 대표적인 사례여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 줄 수 없는 상황이며 상호 보완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관련업체 역시 이런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각자 취약한 점을 보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국내 바이러스 백신시장은 아직은 초기단계로 시장규모 역시 작지만 업체들간의 경쟁은 어느 소프트웨어분야 못지않게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오히려 과열경쟁의 양상으로 비쳐질 정도로 업체간 신경전 및 수주전이 뜨거운 상황이다.
각 업체들의 백신제품은 기능이나 성능면에서 크게 구별되는 점이 없으며 다들 비슷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결국 바이러스 백신 시장의 주도권은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결정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