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포장 거품거둬내 비용절감

『박스 없이 구입하면 4천원 깎아드려요.』

일본 NEC사의 보조기억장치인 PD(Power Drive)의 한국총판인 폴텍시스템은 최근 제품외관을 포장한 박스 없이 드라이브와 인스톨 디스켓만 구입(일명 벌크판매)하는 고객에게 4천원씩 깎아주는 할인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한파 이후 환율상승으로 인한 원자재값이 급등하면서 박스포장에 대한 비용이 만만치않자 내놓은 일종의 특별판매제도다.

판매회사의 입장에서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종이값, 박스인쇄비용이 줄어 회사 자금운영에 유리하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좀더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데다 쓰레기 처리비용까지 없앨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실속파 소비자들 사이에 반응이 좋다고 이 회사는 밝히고 있다.

다만 박스 없이 제품만을 팔 경우 신뢰성을 의심하는 소비자도 있기 때문에 이 회사에서는 소비자에게 할인혜택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리고 있다.

사운드카드 전문업체인 제이씨현시스템도 박스 포장비를 줄여 큰 재미를 봤다.

이 회사는 자사가 개발한 사운드카드와 그래픽카드를 조립업체에 공급하면서 화려한 문구와 그림이 인쇄돼있는 박스대신 6개의 제품을 한 데 묶은 팩 형식으로 공급해 비용절감효과를 보았다. 어차피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포장재를 줄여 소비자와 판매자가 공동의 이익을 취하자는 취지다.

이외에도 할인혜택은 받지 못하지만 자발적으로 박스를 해체하고 알맹이만 구입해가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한 모니터상가에서는 최근 들어 17인치급 대형 모니터를 구입하는 컴퓨터 사용자 중 20% 정도가 박스를 매장에 두고 모니터 본체와 제품보증서만 들고 간다고 밝혔다. 제품운송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충격으로부터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스티로폴과 골판지도 물론 제거의 대상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쓰레기 처리비용이 만만치 않을 뿐더러 운반하기도 불편하고 제품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기 때문에 거추장스러운 외장이 필요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폴텍시스템의 이승준 사장은 『최근 종이값과 박스 인쇄비가 만만찮게 올라 상호 이익을 보는 판매제도를 만들었다』며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실속과 명분 사이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