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게임시장, 중견업체가 뜬다

PC게임 시장에서 대기업들이 환율상승에 따른 로열티 부담 증가와 국내 총판업체 확보 문제로 새타이틀을 내놓지 못하는등 크게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중견업체들이 게임 수입은 물론 활발한 국산게임 개발 및 지원을 펼치면서 PC게임시장 주도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MF 이후 PC게임시장이 급랭하면서 외산게임 수입 판매에 의존해온 대기업들이 신작타이틀 출시를 보류하는등 위축되고 있는 반면 경수, 한국라이센싱, 게임박스,카마 엔터테인먼트, KCT, 비스코 등 중견업체들의 활동은 활기를 띠고 있다.

영화 및 게임 판권 라이선스 전문업체인 한국라이센싱은 올해 일본게임 「에베루즈 스페셜」을 내놓은 데 이어 프랑스의 대표적인 멀티미디어타이틀 공급업체인 인포그램사와 약 20종의타이틀에 대한 판권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아웃 캐스트」 「부두키드」 등의 타이틀을 오는 5월경부터 본격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96년말 컴퓨터그래픽 관련 CD롬 타이틀에서 게임으로 주력업종을 변환한 후 다양한장르의 게임을 출시해온 경수는 프랑스의 중견 게임업체 크리오사의 게임으로 국내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신세계I&C를 통해 출시한 액션게임 「드림즈」에 이어 전략시뮬레이션 「유빅」, 경영시뮬레이션 「서드 밀레니엄」 등을 3월 중에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게임사업을 강화하면서 PC게임분야에 신규진출한 카마 엔터테인먼트는 일본 게임을 집중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들어 「마법사가 되는 방법2」 「가제트 완전판」 「영웅시대」 「위저즈 하모니」 등 4편의 신작타이틀을 출시한데 이어 「아마란스3D」 「봉봉 파라다이스」 「구블」 등 3편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KCT 역시 일본 다나카 요시키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전략시뮬레이션 인기게임 「은하영웅전설4」의 외전격인 「은하영웅전설 4EX」를 일본 보스텍사와 공동으로 개발중이다.

중견업체들은 국산게임 개발 또는 지원도 늘리고 있다.

할인점 및 편의점에 게임을 공급하면서 주목받았던 게임박스는 그동안 주력해온 대만게임의 컨버젼과 함께 국산게임 개발도 본격화한다는 방침아래 현재 우리민족의 항일정신과 투쟁의 역사를 게임화한 「8.15」를 개발중이다.

삼국지 등 일본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판매해온 비스코도 국산게임 개발 지원에 나섰다.이 회사는 현역 프로야구 선수들이 등장하는 「한국프로야구(사내스포츠)」, 디아블로 형식의 롤플레잉 어드벤쳐 게임인 「블랙마인드(블랙마인드)」 최근 각광받는 머드 게임 장르인 「바벨의 후예(밀레니엄 소프트)」 등 3개 신규업체의 게임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사내스포츠를 통해 야구 뿐만 아니라 농구, 축구등 다양한 장르의 스포츠 게임개발을 지원하는 등 앞으로 특화된 장르의 국산게임 개발업체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E3쇼 등을 통해 게임 사전판매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한 업계전문가는 『대기업들과 달리 중견업체들은 판권 소싱부터 유통, 개발 등을 종합적으로 진행,시장변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데다 총판업체 없이도 직접 하위 유통사와 거래가 가능하고 의사결정 라인이 복잡하지 않아 국산게임 개발지원 역시 기동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등의 강점이 있다』고 설명하고 시장상황이 호전되지 않는한 당분간 중견업체들의 PC게임시장 주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