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싱가폴, 프랑스, 중국산 등 외산전기다리미에 대해 예비덤핑판정을 내리고 본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국산 전기다리미산업의 회생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일고 있다.
지난 93년에 26개에 달했던 전기다리미제조업체가 현재 4개만이 남아있을 정도로 국산 전기다리미산업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직접적인 원인이 필립스 등 세계적인 가전업체들의 국내 공략에 따른 결과라는 사실은 그만큼 국산제품의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이에대해 국내 전기다리미업계는 이같은 일반적인 견해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견을 표시하고 있다. 비록 국내 전기다리미제조업체들이 외국업체들의 적극적인 내수시장 공략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전체시장의 60, 70%가량을 내준 상태지만 결코 제품력이 뒤지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
그동안 국내 시장이 개방되면서 외국업체들은 연간 수십억원 이상의 광고, 홍보비를 들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다국적 생산을 바탕으로 저가 물량공세를 벌이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유통시장 개방과 함께 단기간에 국내에 뿌리를 내렸다.
이에반해 국내 업체들은 전기다리미를 중소업체 전문아이템으로 간주, 특별한 마키팅 활동이나 적극적인 영업전략을 수립하지 않고 예전에 하던대로 쉽게 대응해왔던 결과가 현재의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산업체들과 같은 노력과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결코 국산제품이 외산제품에 밀려 안방시장을 송두리째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국내 전기다리미업체들의 주장이다. 비록 늦었지만 최근들어 국내 업체들이 외산업체들에 대한 덤핑제소와 함께 국산 전기다리미산업의 회생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국내 전기다리미산업의 회생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전략적으로 개발한 파워스팀다리미 「Fishron(일명 물고기 다리미)」을 내놓았다. 이는 LG전자가 직접 투자비용을 들여 디자인을 개발하고 스팀량 및 바닥코팅기술을 개선, 외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으로 내놓은 상품이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유럽의 디자인 전문회사인 팬타그램사와 제휴, 고급스런 이미지의 유무선 겸용 다리미, 유선 스팀다리미 등 디자인과 제품력을 혁신한 신제품들을 대거 출시했다.
또 동양매직도 올해 다리미시장에 신규로 진출하기로 하고 지난해부터 개발해 온 건식다리미와 습식다리미를 이번달부터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동양매직은 수직 스팀분사 기능 등 고급기능을 채용, 사용자의 편리성을 대폭 강화해 외산에 대응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중소 전기다리미업체인 코발트전기공업, 국제전열공업 등도 저가 건식다리미에서부터 중가 스팀다리미 고가 유무선 겸용 다리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구색을 갖춰 시장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가전업계는 국산 제품이 외산과의 가격경쟁력을 회복할 수만 있다면 이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한판 승부를 펼쳐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국내 전기다리미시장이 연간 1백40만대라는 큰 시장규모를 이루고 있는데다 생활에 꼭 필요한 생필품이어서 가격경쟁력과 브랜드력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회생가능성이 있다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지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