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계-조달청, 행망PC 예가 둘러싸고 줄다리기

올 상반기 행정전산망용PC 공급을 위해 책정된 정부예정가를 둘러싸고 PC업계와 조달청이한치의 양보없는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행망용PC 입찰에 응한 PC업체들은 『조달청이 환율급등으로 인해 생긴 원가상승요인을 반영하지 않은 채,예가를 책정했다』고 반발하고 있는 반면 조달청은 『기존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시중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예가를 결정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처럼 행망용PC 공급예가를 놓고 PC업체와 조달청이 서로간 큰 폭의 입장차이를 보이며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인 결과,지난 3일 실시된 올상반기 행망용PC 입찰에서 공급업체가 하나도 선정되지 않고 모두 유찰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고 말았다.

여기에다 행망용프린터도 3차례에 걸친 입찰과 수의시담을 통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이 모색됐지만 조달청의 예가와 PC업체들의 제시가가 서로 맞지않아 공급업체 선정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유찰이 반복되고 있는 상태다.

조달청의 예가책정과 관련,PC업체들은 『한마디로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 채 이루어진 처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올들어 환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가량 올랐음에도불구하고 정부 예가는 이같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낮게 산정됐다는 게 PC업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PC업체들은 이달초 실시한 1차 행망용PC 입찰에서 제시한 가격의 경우 최근의 환율인상분을 반영한 1천5백원에서 1천6백원선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PC 완제품에서 수입부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70% 안팎에 이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환율인상분을 반영한 이번 행망용PC의 제조원가는 지난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올랐다는 것이다. 더욱이 PC업체들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기업의 재무구조가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서 행망용PC 공급에서 적자를 볼 경우,부도의 위험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현실에 맞는 예가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조달청의 예가조정을강력히 촉구했다.

PC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 정부기관 및 관공서를 대상으로 하는 행망용PC입찰은 우리나라와는 달리,정부에서 자국내 기업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관수용과 민수용 PC공급가를 현실에 맞게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하는게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행망용PC 공급가는 기업 및 금융권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 입찰의 표준가로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고 올해 행망용PC 입찰에 뛰어들었다가는 현재 경영난을 겪고 있는 PC업체들이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달청의 한 관계자는 『이번 행망용PC의 예가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PC상가 등 시중거래가격을 기준으로책정한 것』이라면서 『행망용PC 입찰이 다소 어렵게 진행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현재로선 예가조정 계획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특히 조달청은 지난해의 경우 예가에 크게 못미치는 가격을 제시해 응찰한 업체도 있어 올해도 이변이 없는 한 PC업체들이 예가 수준에 맞춰 응찰할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 한두차례 더 재입찰 등을 통하면 공급업체가 선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PC업체와 조달청이 예가를 놓고 이처럼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이달부터 이미 조달청에 각급 수요기관들의 PC공급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조달청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이번 행망용PC 입찰을 조기에 마무리짓기 위해 예가를 상향조정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지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