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뉴스 시간이 가까워지면 정씨는 다른 누구보다도 긴장하기 시작한다. 뉴스 앵커의 짧은 인사말부터 취재기자들의 현장보도에 이르기까지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소리들을 문자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받아 적는 차원을 넘어 정씨에게 맡겨진 임무는 실시간 문자 전송서비스. TV나 라디오로 방송되는 모든 소리들을 문자로 입력시켜 PC통신이나 인터넷으로 전송시키는 것이 정씨가 해야 할 일이다.
실제 PC통신이나 인터넷으로 서비스 중인 방송뉴스의 문자 생중계는 거의 대부분이 정씨와 같은 빠른손워드 속기사들의 작품이다.
방송과 거의 동시에 문자뉴스서비스가 가능한 것도 결국 이들 빠른손워드 속기사들의 민첩한 정보입력 솜씨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씨가 빠른손워드 속기에 입문하게 된 것은 지난 96년 8월 빠른손워드속기 프로그램을 구입하면서부터였다.
모신문사 전산제작실에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하루 3시간씩 프로그램으로 연습한 지 6개월 후 정씨는 누구보다 빠른 타이핑 솜씨를 갖출 수 있게 됐다.
정씨는 현재 속기프로그램 전문 개발사인 경영소프트(대표 정상모)에서 전문속기사로 일하고 있다.
그가 맡은 프로그램은 MBC 라디오의 「세계는 지금」과 MBC 뉴스데스크.
정씨는 요즘 국가공인 빠른손워드 속기사가 되기 위해 틈틈이 자격증 시험 준비도 하고 있다.
「국가공인 빠른손워드속기 자격증」 시험은 올해 첫 도입되는 것으로 노동부 주관으로 오는 5월에 실시될 예정이다.
국가공인 전문인이 돼 방송뉴스 외에 다른 영역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PC통신 뉴스서비스 뿐 아니라 빠른손워드 속기사가 할 일은 아주 많습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TV방송국들의 문자방송만 보더라도 우리의 역할이 절대적이지요.』
정씨는 국회나 대법원 등에서도 손으로 받아 적던 기존의 속기방식에서 벗어나 빠른손워드 속기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기업들의 데이터베이스 구축과정에서도 빠른손워드 속기로 데이터를 입력 편집할 경우 작업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IMF를 맞아 새로운 일을 찾고 계신다면 한번 도전해 보세요. 타이핑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력적인 직업이지요.』
보수는 맡은 일이나 시간에 따라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정씨의 경우엔 하루 약 7시간 근무하며 월 1백50만원 정도를 받는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