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화제] 인터넷 "패러디 사이트" 속속 등장

천리안의 게시판에는 조선, 중앙, 동아 등 중앙 일간지를 제치고 단연 인기 1위를 달리고 있는 신문이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발간된 「보테저널」. 특정 중앙 일간지를 패러디한 것처럼 보이는 이 사이버 잡지는 거의 매일 사이버공간의 독자들을 만난다. 모두 8면으로 구성돼 있는 지면에는 사설과 칼럼, 정치/국제, 경제/사회, 문화, 스포츠/지성 등 다양한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내용은 대부분 그때그때 이슈나 화제가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촌평 또는 풍자다.

주관적이면서도 직설적인 표현이 난무하는 신문이지만 신세대들에게 날이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사고, 금주의 독자상 마련. 상품 없고 명예 있어」하는 식의 애교와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을 믿게 해주고 엄는 넘(없는 놈)편에 서라」는 등의 거침없는 표현이 인기 비결이다. 이 신문은 최근 인터넷에 홈페이지(myhome.netsgo.com/new4u/vote)를 개설, 창간 준비호에서부터 최근호까지 볼 수 있도록 했다.

최근 들어 신세대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기성사회의 유명잡지나 신문, 또는 문화현상들을 풍자한 패러디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사이트는 모델로 하는 사이트의 형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발한 아이디어와 위트로 기성사회를 풍자하는 것이 대부분. 실제 사회에서는 터부시하는 욕이나 성적 단어들을 거침없이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한국과학기술원의 서울분원을 자처하는 「왕십리분원(poppy.kaist.ac.kr/waist.html)」은 과학기술원 학생들이 만든 홈페이지로 학교생활에 대한 풍자와 유머를 담고 있다. 「고양이와 식빵을 이용한 자기부상열차 제작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내놓는가 하면 야바위공학, 모뎀공학과, 치즈공학과 같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학과들을 개설해놓고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개인홈페이지도 패러디 사이트가 늘어나고 있다. 윤장한씨는 조선일보의 웹사이트를 패러디한 가족신문 홈페이지(www.m2000.co.kr/~jhyhoney/kindex.html)를 제작, 많은 네티즌들의 호평을 받았다.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가지 유형의 패러디 사이트가 등장, 네티즌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클린턴 패러디 사이트(www.whitehouse.net)에서는 정부의 각종 규제에 대한 문제점을 비꼬고 있으며 「핫와이어」의 패러디 사이트인 「언더와이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슬레이트」를 패러디한 「스테일(www.stale.com)」, 마이크로소프트 웹사이트를 흉내낸 「마이크로스노트(www.microsnot.com) 등도 인기 있는 사이트다.

그러나 이들 패러디 사이트들이 언제나 유쾌함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몇몇 사이트들은 악의적인 독설이나 근거 없는 모함으로 방문자들을 불쾌하게 만들기도 한다. 「HOT 죽이기」와 같은 사이트들은 일방적으로 지어낸 내용으로 사이트를 장식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유쾌한 풍자나 패러디 사이트들은 통신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 청량제이지만 너무 심한 야유를 올리거나 편협한 시각으로 특정 회사나 개인을 헐뜯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패러디를 즐기는 신세대들이 있는 한 통신의 세계는 언제나 「젊다」는 것 또한 모든 네티즌이 공감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