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커스] 삼성전자 서형근 상무

IMF체제에서 국내 전자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는 역시 수출활성화이다. 내수경기는 갈수록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수출에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이 시급한 당면과제이다. 가전업계역시 최근들어 내수부진에다 그간 직수출 지역으로 부상한 동남아지역의 경기침체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타객책으로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월풀사와 5년동안 1천4백만달러의 냉장고 공급계약을 체결, 다음달부터 동남아 지역의 월풀 판매법인들을 대상으로 주문자부착상표생산(OEM)공급을 재개해 관련업계로 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가 동남아지역에서 지수출전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형근 삼성전자 냉기사업부장(50.상무)는 『이번에 월풀에 OEM으로 공급한다고 해서 삼성전자가 앞으로 자가브랜드 전략을 포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잘라말한다.

서상무는 『월풀에 공급할 제품과 동일 제품을 이 지역의 우리 판매법인에 공급, 자가브랜드로 판매할 계획』이라면서 『다만 똑같은 제품을 두 회사가 서로 다른 브랜드로 팔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으며 양사 모두 매출 신장에 도움이 안될 우려가 있어 제품 구색을 차별화할 방침이다』고 밝힌다.

그가 밝힌 제품 구색의 차별화는 제품 용량대를 지그재그 형태로 구성하는 것인데 이를테면 5백리터급 대라도 월풀사는 5백20리터급과 5백60리터급을, 삼성전자는 5백30리터급과 5백90리터급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저급 제품에서 고급제품의 이미지로 전환하는 것을 냉장고 수출 전략으로삼고 그 전략의 일환으로 제값받기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서상무는 『이번에 월풀에 공급할 제품들이 비록 OEM이기는 해도 대부분 고급형 제품들로 자가브랜드 수출에 못지 않게 제값을 톡톡히 받고 수출하고 있다』면서 『수익성만 보장한다면 OEM수출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월풀은 세계 냉장고시장에서 최고급 브랜드로 손꼽히는데 전세계에 13개 나라에 생산공장이 있으며 1백40여개 나라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월풀은 사전에 부품 검사를 엄격히 실시해 뛰어난 품질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상무는 『이같은 회사에 동남아 시장용 냉장고를 독점 공급함으로써 삼성전자의 냉장고 품질이 세계 일류급임을 공인받게 됐으며 향후 제품 개발과 생산, 마케팅을 월풀과 공동으로 전개하는 기반을 갖춰 선진업체의 기술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사 브랜드 제품의 50% 이상을 해외의 현지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월풀의 해외소싱전략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는 앞으로 삼성전자가 냉장고의 해외 생산 부문에서 직접 투자보다는 현지업체와의 합작 생산을 적극 추진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서형근상무는 또 최근 월풀과 동남아지역으로 한정했던 공급 지역을 유럽연합(EU)과 독립국가연합(CIS) 등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며, 독자 개발한 양문여닫이형(사이드바이사이드)냉장고를 해외 유수의 냉장고 업체에 OEM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 이같은 사업 추진이 가전업계에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