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에서도 개봉됐던 영화 「트레인스포팅」은 여러가지 논란이 있었지만 스타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인생의 길을 잘못 들어선 불안정한 젊은이의 모습을 실감있게 표현한 이완 맥그리거는 당장 청춘스타로 떠올랐고 비꼬인 심리묘사에 능한 감독 대니 보일도 각광을 받았다.
영화 음악면에서도 한국에서는 소개될 기회가 없었던 이기 팝이 새삼스럽게 재조명됐고 언더 월드나 프로디지 같은 90년대 최첨단 테크노 밴드들이 자연스럽게 소개되는 기회가 됐다.
그때 재미를 본 맥그리거와 보일 콤비는 당장 할리우드 영화계에 영입됐는데 그 결과물이 영화 「A life less ordinary」(한국제목:인질)이다. 아웃사이더류의 역할이 어울릴 맥그리거가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별인 카메론 디아즈와 나오는 것 자체가 웬지 어색하다.
영화내용은 사람들의 상상속에서나 그릴 수 있는 부잣집 딸과 가난한 청년의 사랑이야기다. 극적 효과를 더하기 위함인지 남자가 여자를 우발적으로 납치한다는 사건이 더해졌다.
이같은 구성은 「트레인스포팅」으로 영화팬들에게 충격을 던져줬던 보일과 맥그리거 콤비의 무게를 반감시키고 있다. 컬트적 영상으로 인기를 얻었던 감독과 배우가 가벼운 사랑이야기로 돌아서면서 인기를 향한 불나방이 됐는데 팬들에게는 두 영화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지는 것이다.
영화음악도 수록곡 각각은 일정 수준 이상이지만 그 구성이나 전체 흐름은 독창적이지 못하다. 90년대 「배운 20대」들이 좋아할 만한 뮤지션을 거의 모두 끌어모았음에도 신선함을 주지 못하고 있다. 유명 뮤지션을 끌어모아 오리지널사운드트랙 만들기는 유행처럼 번지는 것으로 필자의 눈에는 안일한 제작행태로 보인다.
그러나 앨범속에 반가운 이름이 많다. 음악의 독창성 만큼이나 한국에서 외면받고 있는 벡이 서두에 등장하고 여성 밴드 리셔스 잭슨도 「Love is here」로 참여했다.
이외에도 지성파 밴드의 대명사인 REM, 영화 「트레인스포팅」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에 참여해 유명해진 언더 월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음악으로 스타가 된 카디건스, 97년 최고스타 가운데 한 팀인 프로디지가 각각의 음악을 수록했다.
별안간 끼어든 엘비스 프레슬리나, 60년대 최고 스타로 군림하다가 요절한 바비 다린의 「Beyond the sea」도 들을 수 있다.
<박미아, 팝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