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격 인증요금" 인상 시급

환율급등으로 수출시 요구되는 해외규격 시험 및 승인료 부담이 날로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규격인증요금이 유사한 해외규격에 비해 턱없이 낮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나 국내 규격인증 요금의 현실화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IMF 한파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환율상승으로 가만히 앉아서 2배 가까운 해외규격 승인료 부담을 떠안게 된 반면, 외국업체들은 국내규격 승인부담이 크게 줄어들어 규격부문의 무역역조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9일 관련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안전, 통신, 전자파(EMC)규격의 시험 및 승인료가 FCC, UL(이상 미국), CE(유럽), CCIB(중국), VCCI(일본), BCIQ(대만) 등 국내 업체들이 수출시 거의 필수적으로 취득해야 하는 유사 해외규격에 비해 수십에서 수백배나 낮게 책정돼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전기, 전자, 정보, 통신기기 전반에 대해 적용되는 전자파규격의 경우 국내 전자파장해(EMI) 적합등록이 등록비 6만3천6백원을 포함해 61만3천6백원으로 책정된 반면 미국FCC가 3천8백95달러(약 5백85만원), 일본VCCI가 별도 연회비 20만엔과 3백만원의 시험 및 등록비를 받고 있으며 유럽의 CE마킹도 약 4천달러가 소요된다.

휴대폰, PCS 등 무선통신기기의 경우는 국내 무선기기 형식등록은 승인수수료 6만4천4백원을 포함, 76만4천4백원에 불과한 반면 미국 FCC(파트24) 승인을 위해선 시험비(5천달러), 등록비(1천달러), SAR(인체전파흡수율)시험비(1만5천달러)를 합쳐 총 2만1천달러(약 3천1백50만원)를 별도로 받고 있다. 유럽연합(EU)역시 DECT 수출을 위해 1만5천달러가 수반된다.

가정용 전기, 전자제품에 적용되는 안전규격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국내 전기용품 형식승인(전자마크)의 경우 TV, 오디오,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 법(전기용품안전관리법)에 10만원 안팎으로 책정돼 있는 데 반해 UL은 1만달러 안팎, CE가 5천∼8천달러, CCIB가 5천∼7천달러가 소요돼 격차가 수백배에 이른다. 해외규격은 특히 연간 2천∼3천달러에 달하는 별도 사후관리비용이 추가된다.

팩시밀리, 전화기 등 유선통신기기 역시 국내 전기통신 기자재 형식등록에 49만4천원 가량이 소요되지만 FCC(파트68)가 등록비(1백90달러) 포함 2천6백90달러, VDT(독일)가 약 6백만원, JATE(일본)가 승인비(33만엔) 포함, 83만엔(약1천만원)을 받는 등 국내외 규격승인요금차가 20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밖에도 자동차, 산업전자, 의료기기 등도 국내외 유사규격간의 승인요금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외 유사 규격승인료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외국의 경우 규격 인증기관을 민간으로 대폭 이양, 요금을 현실에 맞게 자율적으로 조정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대부분 관련법과 정부에서 관장함으로써 그동안 승인료가 물가에 연동돼 요금조정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규격승인료가 턱없이 낮다보니 규격시험 자체가 부실해지고 결국 품질관리와 소비자 안전에 많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특히 수입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 전체적인 수입을 촉진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규격승인 요금의 현실화에 관련체계의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 기자>